▲굼벵이
오창균
그동안 이 밭에서 농사를 지은 농부는 관행농(화학비료, 농약, 비닐을 사용하는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먼저 흙 속에 남은 비독(肥毒 : 화학비료의 독성)을 제거해야 흙이 살아난다. 사람 몸에 중금속등의 해로운 성분이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면 병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흙을 살리기 위한 '비독' 제거비독을 제거하려면 퇴비와 비료는 농사에 꼭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양분을 흙에 넣지 않아도 작물은 생존본능으로 강하게 성장한다. 살아있는 것들은 자연생태계만 파괴되지 않으면 병(病)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식물은 물과 햇볕만 있으면 광합성으로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든다.
사람이 단식을 통해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것처럼, 흙도 단식으로 토양생태계를 회복시킨다. 다양한 토양생물들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 시간은 1년이 걸릴 수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연농법이 그것을 증명했다. 자연에 맡겼으면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고 미생물을 포함한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이 기본바탕이 되어야 하는 농사다.
봄부터 흙에 그 어떤것도 투입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흙을 풀어주기 위해 풀과 작물 잔사(음식으로 쓰지 않는 줄기, 잎, 뿌리, 열매 등)를 흙 위에 덮는 작업부터 했다. 겉흙이 햇볕에 노출되면 수분이 말라서 흙이 바람에 날리거나 빗물에 씻겨나가는 침식이 진행된다. 침식을 방지하기도 하며, 흙에 촉촉한 보습을 유지시켜서 작물이 가뭄을 타지 않게 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