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마을학교 학생이 그린 세종대왕.
이영인
구중궁궐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냈을 세종대왕은 저잣거리 백성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표현하지 못해, 혹은 생활에 꼭 필요한 윤리나 법의 문자를 읽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사로잡혔을 그 처지를 헤아렸다. 그래서 한글 창제를 밀어붙였다.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는 것 같은 그 마음. 덴마크 교육은 바로 그 부모의 책임감으로 교육의 문화를 형성한 경우다. (
관련기사 : 한글 창제와 명량대첩, 모두 '충' 덕분?)건강주치의 제도 역시 정말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도우려는 책임을 지닌 의사들이 있을 때 가능한 제도다. 의사가 되어 돈 잘 버는 부자가 되려는 목적에 붙들렸다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래서 그들 의사 직종은 우리나라처럼 고수입의 대표적 직종이 아니다. 그들은 마을에서 주민과 일상을 수시로 공유하며 건강을 살핀다. 무조건적인 주사나 약처방을 내리기보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건강을 향상시킬 것을 조언한다. 진정 자신이 맡은 환자들의 건강을 철저히 자기 책임으로 여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문화다.
"25년이나 일하다 보니 3대가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요. 자연히 그 가족의 건강 내력뿐 아니라 가정환경도 대체로 알고 있죠." (같은 책, 88쪽)한 사람의 건강과 삶을 책임지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그들 사회 행복의 비밀임을 여기서도 확인한다. 주치의는 최대 1600명의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2300명을 넘어가면 안 된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게 상한선을 정해 둔 것이다. 돈을 벌고 자신의 병원에 들인 의료 기계를 어떻게든 써먹으려는 데 혈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자신이 맡고 있는 환자의 건강한 삶, 거기에만 관심을 두는 것. 자신이 맡은 책임의 본질을 알고 오직 그것에 철저할 때만 가능한 문화다.
무엇보다 평범한 덴마크인들은 월급의 36%를 세금으로 기꺼이 사회를 위해 바친다. 내가 100만 원을 벌면 30만 원을 넘게 낸다는 말이다. 고소득자는 50%, 즉 500만 원을 벌면 250만 원을 사회에 환원한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그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이 믿을 만해야 한다. 힘들게 세금 냈는데 그걸 허투루 쓰고 있다면 어디 불안하고 못 미더워 세금을 내겠나? 덴마크인들이 이렇게 기꺼이 세금을 내는 게 가능한 이유는, 이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고 실제 국가 구성원들의 삶의 혜택으로 여실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이 형성한 것은 행복 이전에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었던 철저한 책임 의식이었음을, 구절마다 행간마다 발견한다.
덴마크에서는 150년 전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라' 가르쳤던 그룬트비 목사의 정신 아래 깨어 있는 시민으로 자란 이들이 사회민주당을 형성했다. 그리고 20세기 내내 제1당의 지위를 뺏기지 않았다. 창당 시 내세운 평등, 자유, 이웃사랑의 3대 가치를 국민들의 일상의 현실로 만들어내는 데 앞장섰다. 중도우파인 벤스트레당 이후 가끔씩 집권을 했지만 사민당이 주도한 사회복지 정책의 필요성과 핵심 정책에는 뜻을 같이했다 한다. 덴마크 행복의 비결은 바로 자기 나라 사람들의 삶의 실질적인 복지에 대한 철저한 책임 의식에 기반한 것이었다.
덴마크 행복 비밀 제1원리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