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공단 내 케이비알(KBR)은 쇠구슬(베어링)을 생산해 오고 있는데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윤성효
철구조물 생산업체를 운영하던 이종철 대표이사(75)가 KBR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이후 사측은 '기계반출'과 '외주도급화'를 시도했고,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가 이를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사측은 밀양에 있던 '삼경오토텍'으로 기계를 빼내 가려고 했다.
사측은 노조에 대해 '기계반출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패소했다. 조합원들이 기계반출을 막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사측은 삼경오토텍이 다른 회사라고 했지만, 이 회사의 지분은 이종철 회장의 두 아들이 지분 49%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KBR 노사는 지난해 6월 "기계 이전·매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사측이 다시 기계반출을 시도하자, 노조가 이를 막았다. 이에 사측은 법원에 또다시 '기계반출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현재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외주화 논란도 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교섭자리에서 "KBR 소유 기계가 셰플러에서 '테이퍼롤러'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자본인 셰플러는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 회장의 말에 따르면, KBR의 기계가 셰플러에 대여해 주었다는 말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셰플러 창원공장에 대해 '책임자 면담'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셰플러에 대해 "노동자들의 파업을 방해하기 위한 '파업파괴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 가정통신문 "최악의 경우 회사 경영권 포기"노조는 KBR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는 그동안 이종철 대표이사가 '돈 없는 너네가 얼마나 버티겠느냐', '임금이 올라가면 노동자 버릇 나빠진다' 등의 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사사건건 회사의 경영권을 간섭하는 노조 집행부가 있는 한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2013년 매출액이 급격하게 감소해 2억3000만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았다"며 "매출이 급감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회사에서는 비정규직 차별 방지법으로 인한 계약직 인원 감소로 생산이 줄어든 것이 제일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연마공정에 모두 계약직만 고용하여 생산하겠다고 노조에 동의를 구했지만 조합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며 "노조 집행부가 회사를 망쳐가면서까지 경영권을 침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이사는 "6개월간 직장폐쇄 상태로 엄청난 경영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까지의 손해는 물론, 앞으로 어떠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노조가 회사의 경영권에 조금이라도 간섭을 계속한다면 1년이든 2년이든 지금처럼 계속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최악의 경우 회사경영을 포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사측은 2013년 6월 합의서 내용을 부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관련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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