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정의 반듯한 모습아는 만큼만 보이게 하는 겹처마 팔작지붕을 가진 채미정 정자이다.
김도형
예전엔 채미정을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정자처럼 쉽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나, 이제 좀더 관심이 생겨 자세히 들여다 보니 마루의 중앙은 온돌을 꾸며 놓았고 그 둘레에 마루를 깔아 놓았다. 게다가 위로는 문짝이 걸려져 있는 독특한 구조다.
추운 겨울날에도 가운데는 뜨뜻한 온돌 위에 스승이 앉고 마루에는 제자들이 둘러 앉아 추위에 떨지라도 스승의 진중한 말씀을 귀담아 듣던 향학의 열정을 떠오르게 한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를 알고 싶어 한민족대백과를 찾아 보니 "주상의 2익공은 쇠서[牛舌]위에 연봉(蓮峰)을 조각하였고, 귀포는 귀한대와 함께 2제공 위에 용두를 두었으며, 주간에는 초각 화반(花盤)을 1개씩 배치하였다." 조금 당황스러운 용어들이었지만 굴하지 않고 차차 알게 되겠지 하며 다음을 살펴본다.
"가구는 5량가로서 퇴량을 양봉이 받았고, 중앙 온돌방의 기둥이 고주인 관계로 퇴량 위에 접시대공을 놓아 외기틀을 받고 있다."
외계어처럼 들리지만 한자의 의미를 잘 되새기면 이해 갈 수 있는 용어들이라고 생각하며 옛 건축물들에 대해 표현하는 말도 자주 듣고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지리라 여겨진다.
흙과 짚단으로 만든 초가집 일색이었던 옛 시절에 이러한 구조물들을 짓는다는 것은 요즘으로 치면 대공사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