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빈교실거울에는 빈 교실이 보입니다. 6개월 전에는 수학여행을 출발하기 전 한껏 멋을 부리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봤을 거울, 이제는 국화 꽃이 놓인 책상들만이 보입니다.
이희훈
텅 빈 교실에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한낮이지만 형광등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다. 아무도 없지만 24시간 내내 불을 켜놓는다. 교실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매일 희생자 부모들이 교실 바닥과 책상을 닦는다. 부모들은 책상에 놓인 국화가 시들기 전 새 꽃을 들고 아이들의 빈자리를 찾는다.
칠판에는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글들이 촘촘히 적혀 있다. 흰색, 노란색, 빨간색 등 색깔 분필로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살아서! 조심히! 돌아와!' 등의 글씨가 하트 모양의 테두리 안에 쓰여 있다. 교실 벽에도 '지각이야 빨리와', '가족들이 보고 싶어합니다,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등의 글귀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다.
여느 학교와 같은 단원고의 풍경 세월호 침몰사고 6개월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한 단원고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정문 앞에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단원인, 끝까지 함께 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학교 앞에 주차된 승용차에도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학교 정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운동장이 보인다. 운동장에서 남학생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 귀가하는 한 여학생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쑥스러운지 깔깔거리며 사라진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언뜻 보면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학교 본관 건물로 들어섰다. 세월호에 탔던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학교 2~3층에 있다. 1반부터 6반은 3층, 7반부터 10반은 2층에 위치한다. 2학년 교실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취재진도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허가를 받아야만 촬영이 가능하다. 세월호 사고 6개월을 맞아 취재진 촬영 요청도 잦아졌단다.
계단에서 가까운 2학년 6반 교실. 6반 희생자 권순범군의 책상에는 장미가 놓여 있다. 평소 좋아하던 초코바와 초코파이도 보인다. 납작하고 둥근 양초는 타다 만 채 놓여 있다. 책상 오른쪽 귀퉁이에는 '잊지 않을게'라고 쓰여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흰 바탕에 노란 리본이 그려진 스티커다. 그 밑으로 단원고를 다닌 기간을 뜻하는 '2013.3.2.~2014.4.16.'라는 숫자와 함께 '권순범'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희생자의 모든 책상에는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4월 16일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