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있는 분들께 작은 힘이나마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리멤버0416' 회원들. 왼쪽부터 김현영, 조진영, 오지숙, 강영희씨.
권우성
시작은 엄마 한 명이었다.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두 눈으로 목격한 뒤, 집에서 울기만 하는 건 '자기 연민'일 수 있다고 생각한 5남매의 엄마 오지숙(39)씨가 4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섰다.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늘 그랬듯 잊히겠죠" 체념한 듯 뱉은 한 유가족 어머니의 말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나선 게 1인 시위의 시작이었다(관련기사:
독수리 오남매의 엄마 "저에게 1초만 주소서").
참사 6개월이 지난 지금, 오씨와 같은 마음으로 길거리에 나선 또 다른 '엄마', '아빠'는 약 150명에 이른다. 일부는 안산 분향소와 광화문 광장, 국회 등 장소를 정해 돌아가며 1인 시위 중이고, 나머지는 진도·제주도 등 각 지역에서 시간이 될 때마다 피켓을 든다. 이들 '리멤버0416'의 SNS소개에는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있는 분들께 작은 힘이나마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설명이 달려있다.
14일 오후 '리멤버0416'의 회원 4명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 날 만난 김현영(46·서울 구로구)씨와 조진영(36·경기 광명시)씨, 오지숙(39·서울 강남구)씨와 강영희(52·강원 춘천시)씨는 당일 오전에도 대법원·MBC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나이도, 지역도 다르지만 모두 "혼자 울다가 나와서 함께 우니 치유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와 강씨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이들이 1인시위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모두 자녀들의 '질문' 때문이었다. 전직 교사인 강씨는 딸과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엄마는 그 때 뭐했어?"라는 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친구들이 한창 (민주화)운동할 때 저는 공부하면서 (그 친구들에게) 노트나 빌려줬다"던 강씨는 "나중에 손주들이 '할머니는 세월호 사건 때 뭐했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안전사회'는 모두를 위한 경기이자 마라톤... 함께 가요"'적당히 착한 일 하고 가끔 남 도우면서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던 김씨는 세월호 참사 후 삶의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한다. 김씨는 "중학생 딸이 그 때 한창 학교에서 사회과목으로 '민주시민의 정치참여'를 배운 모양이다, 어느 날 제게 '어른들은 왜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가만있었어?'라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며 그간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6개월은 이들에게도 짧은 시간은 아니다. 오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쳐서 그만두는 분들도 있다"며 "사실 이건 긴 마라톤이기 때문에 서운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의 공백을 메꾸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를 열렬히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 중 몇 분만 짧게라도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모두를 위한 경기(마라톤)인 만큼 적더라도 한 걸음만 함께 뛰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을 위한 1인 시위는 언제까지 하게 될까. 인터뷰 말미 던진 질문에 이들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라고 대답했다. "이제 매일 울고만 있던 단계는 지났다"며 "지금 저희가 피켓을 드는 건 아줌마들이 하는 지극히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저 개인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는 김씨의 말에 회원 네 명 모두 다시금 고개를 끄덕거렸다.
('리멤버 0416' 참여방법: 그룹
http://omn.kr/8t1s / 페이지
http://on.fb.me/1yG2w1m)
"나 혼자 투표하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