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풍경을 찍은 주민의 사진이 거리 전시에 걸려있다.
김영집
10월도 중반을 기웃 넘는 가을,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길을 걷다 광주광역시 남구 푸른길 문화 광장의 나무에 걸려 펄럭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빛고을 꿈이 있는 푸른길/무등의 정기 햇살되어/ 마실 나간 기적소리 달려오는 길'(강병원, 진월동 주민)
주민이 쓴 시와 나란히 초등학생들이 쓰고, 예쁘게 그린 시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푸른길을 걷던 어른과 학생들이 한참 동안 서서 시를 읽고,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재밌는 시어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낙엽이란 건/ 나무가 더 이상 필요없는 것을/ 떨구어내는 것/ 더 일하고 싶은 나뭇잎도/늙은 잎도/주변이 따라주지 않으니/떨궈버릴 수밖에(중략)꼭 회사같다'(김강민, 초 4) 초등학생이 쓴 시다. 어른들의 고단한 삶을 낙엽에 비유한 '낙엽 회사'라는 시다. 7살짜리 최연소 시도 있다.
'나무도 푸르고/ 땅도 푸르고/ 이 길을 지날 때면/제 마음도 푸르답니다/ 저에게 즐거움과/웃음을 주는/마법의 길이랍니다'(푸른길, 이선왕 7살)한편 푸른길 사진전도 흥미롭다. 빛 바랜 흑백 사진 속에 푸른길이 만들어지기 오랜 전 1970년대, 1980년대의 마을의 개천이었던 '광복천' 둑에 선 사람들이 있다. 기차가 다니던 시절 철로에서 아버지가 빌려 온 사진기로 찍어 준 어린 남매의 사진도 추억속으로 푹 빠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