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루페 거리 - 기념품, 보석, 세계 각국의 음식, 디자인, 커피 등, 여행자의 흥미를 끌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고 있는 과달루페 거리는 종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김동주
다음날 느지막하게 일어나 직원이 소개해준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했다. 감성 충만한 새벽에 찬 공기를 가르며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걷고 싶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산크리스토발에서 만큼은 최대한 게으르기로 했다.
산크리스토발을 방문한 여행자가 모두 모인다는 과달루페 거리(Read de Guadalupe)는 이미 노천카페를 차지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블록이 10미터가 될까 말까 한 짧은 골목길들 사이로 자리잡은 가게들은 오로지 여행자들의 차지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는 역시 오감을 자극하는 다국적 맛집들. 주로 중남미의 음식부터 유럽까지, 저마다 출신과 개성을 자랑하는 가게들이 넘쳐난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아메리카를 한 바퀴 돈 느낌이다. 대문을 활짝 열고 유난히 노란 빛을 많이 띠는 닭을 통째로 구워대는 그 연기의 맛이란. 산크리스토발만 봐서는, 이곳이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주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저렴한 물가에 조용하고 서정적인 마을
▲ 해발 2200미터 고산지대에서 자란 향긋한 커피와 호박이 여행자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한다.
김동주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면 이번에는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그러고 보니 해발 2200미터 산 중턱에 비가 많이 오는 기후니 커피가 날 만도 하다. 들고 다니면 커피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될까 싶었지만 아직 손도 대지 않은 배낭 속의 코스타리카 산 커피가 생각났다. 커피가게 뒤로는 산크리스토발의 특산물인 호박을 파는 보석가게다. 이러니 여행자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산크리스토발의 언덕 - 마을의 동쪽끝에 있는 언덕에 오르면 특이한 생김새의 작은 교회와 함께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김동주
방향을 돌려 산크리스토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언덕을 올랐다. 골탕을 먹이려는 건지, 천천히 쉬어가라는 의도인지, 굳이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은 긴 계단을 따라 언덕에 오르고 나니 폐는 터질 듯 말 듯, 아픈 발목은 부풀었다.
높은 건물이라곤 하나 없는 산크리스토발의 풍경은 그야말로 변경지대다. 반짝반짝 빛나는 카리브해를 비추던 태양이, 구름 낀 하늘아래를 포물선을 그리며 비추고 바람소리만 속삭이듯 들려온다.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는 풍경이었지만 서정적이고 익숙한 그 느낌이 좋았다. 마음껏 울다가 다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좋은, 아무도 없는 그 언덕이 좋았다.
간략여행정보 |
해발 2200미터 고원지대에 자리잡은 산크리스토발은 주민 대부분이 원주민으로 구성된 치아파스(Chiapas) 주의 주도다. 멕시코 전역에서 가장 가난한 주라고 알려져 있으나, 소칼로 광장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될 정도로 산크리스토발만 봐서는 딱히 이를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저렴한 물가에 반해 이 조용하고 서정적인 마을에 오래 머무는 여행자도 많다.
보행자 전용거리인 과달루페 거리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 문화센터 등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모든 것들이 모여있다. 근교에는 인디오 마을인 차물라를 비롯,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몬테베요(Montebello) 호수 및 수미데로(Sumideo) 협곡 등이 있어 여행 동선은 충분히 다채롭다.
좀 더 자세한 산크리스토발 여행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saladinx.blog.me/30156494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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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주, 묘한 끌림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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