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둘째 낳아야지" 이 말이 상처 될 줄 몰랐네

'아이 하나'를 택한 사람들, 그들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등록 2014.10.15 15:49수정 2014.10.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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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낳은 엄마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불쑥 던지는 말이 있었다.


"이제 둘째 낳아야지."

이 말이 상처가 되리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당연한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내게 많은 사람들이 "애가 셋이야? 첫째가 힘들겠네. 첫째한테 무조건 잘해"라는 말을 했고,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잔소리로 들리는 법이라 뭔지 모를 죄책감에 마음이 힘들었다. 그리고 나서야 외동인 집 부모도 제 3자가 참견하는 '둘째타령'에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3자가 참견하는 '둘째타령'

첫 아이를 낳고 둘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주 내게 묻는다. "아이가 셋이니까 좋아? 지금 하나로도 충분한데 꼭 동생을 낳아줘야 할까?" 아이가 하나인 시절도 겪어 보았고 셋인 시절도 겪고 있는 나의 답은 셋이라고 해서 세 배 더 행복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세 배 더 힘든 점도 많기에 요즘 말로 '강추'는 아니라 답했다.

놀이터 풍경을 잠시 들여다보자. 두 돌 전 동생(둘째 아이)이 있는 집 엄마들은 동생들 쫓아다니느라 바쁘고 첫째들은 또래들과 놀다 아이 하나인 엄마 곁으로 모인다. 외동 엄마는 아이 눈높이에서 아이와 놀아주니 동생 보느라 바쁜 자기 엄마 대신 옆집 엄마에게 자동으로 기대어 놀게 된다. 나 대신 내 아이를 돌봐주는 옆집 엄마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혹여 저러다 내 아이가 눈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둘째가 그네에 부딪혀 울고 있다.


아이가 하나였던 시절 돌아보면 하나였을 때도 힘들었고 행복했다
아이가 하나였던 시절돌아보면 하나였을 때도 힘들었고 행복했다정가람

유난히 세 아이를 돌보는 게 힘에 부치던 날, 외동을 키우는 엄마가 부러워졌다. 만약 내가  아이가 하나였다면 난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까? 엄마이기 이전 내 개인의 행복 지수가 더 높아질까? 푸념처럼, 질문처럼 주위 외동으로 자란 친구들과 외동을 둔 엄마들에게 물어봤다.

"왜 하나만 낳았어? 하나면 외롭지 않아? 정말 둘째는 없어?"


외동으로 자란 A(20대 후반·미혼·여·직장인)에게 먼저 물음표를 던졌다.

"아니. 전혀 외롭지 않았어. 하나여서 외로운 건 둘이여도 마찬가지였을 거 같아. 어릴 때부터, 심지어 지금도 나만 보면 외동이라 외롭지 않냐고 사람들이 자꾸 물어서 내가 외로워야 하나 헷갈리기도 했는데 정말 외로웠던 건 외동이냐며 놀라는 사람들과 외로울 거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의 편견이었어."

외동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들. 나도 그랬다. A와 내가 다른 점이 보이면 A는 외동이라 그렇다고 단정 지었고, A의 많은 행동과 감정에 '외동이라서'라는 꼬리표를 달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떤 행동과 감정이 어떻게 하나의 이유로 설명 될 수 있을까? '외동'이라는 건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인데.

외동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들

"혼자여서 안 좋은 점도 물론 있었지. 형제가 없으니 엄마에게 무척 집착했어, 성인이 된 후에도.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나 혼자였기 때문에 엄마아빠의 사랑을 누구와 나누지 않고 온전히 다 받을 수 있어서 편안했어. 혼자 누리는 삶이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형제자매와 경쟁하지 않고 나 혼자 충분히 누린 덕분에 밖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푸는 것에 넉넉해진 것 같아."

A의 말처럼 외동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언니 오빠 밑에서 옥신각신하며 자라 결혼 후 외동 자녀를 선택한 B(30대 중반·100일 여아 엄마·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가 하나면 걱정이 하나 셋이면 걱정이 셋
아이가 하나면 걱정이 하나셋이면 걱정이 셋정가람

뭘 해도 주목받지 못한 어린 시절

"형제 많은 거 난 정말 싫어. 나만 돌, 백일 사진 없는 것도 싫었고. 부모한테 관심 별로 못 받는 것도 싫었고. 새 옷도 못 입고 학교에서 반장 돼서 집에 오면 왜 그런 거 하냐고 엄마한테 혼나기나 하고. 잘난 언니 오빠한테 눌려서 난 뭘 해도 주목받지 못했어. 나이 차이 많은 막내라서 더 무시당하고. 대학원 갈 때도 얼마나 눈치를 봤다구."

막내로 자란 B가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자랐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귀여움은 밖에서나 받았지. 집안에서 난 살아남기 위해 늘 애를 쓴 거 같아. 부모가 되어 어린 첫째들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대장노릇하며 맘껏 사는 거 보면 부러워. 그래서 난 하나만 낳아서 나 같은 상처 안주고 잘 키우고 싶어. 남들보다 출산을 힘들게 한 경우라 남편도, 부모님도 둘째는 원치 않으시고."

"그래도 하나라서 걱정되거나 그런 건 없어?"

"육아휴직 끝나고 복직하면 어떻게 아이를 키우나, 누구한테 부탁을 하나 그 걱정이 제일 커. 아이 하나인 거에 대해선 둘, 셋에게 가는 거 모아서 하나한테 잘해줘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주는 게 잘해주는 건지 아직 몰라서 그게 걱정이야."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는 우리 집 첫째(6)도 가끔 말한다. 동생들 다 두고 엄마아빠와 셋이서만 살면 좋겠다고. 그럼 장난감도 나 혼자 가지고 놀고 맛있는 것도 혼자 먹고, 엄마아빠 사랑도 혼자 받을 수 있다고. 그래도 동생들이랑 같이 놀아서 좋지 않냐는 말엔 유치원에 가면 친구 많다는 말로 받는 두 남동생을 둔 고달픈  누나의 속내.

애가 하나면 걱정이 하나, 셋이면 걱정이 셋

삼남매를 기른 B의 친정 부모님께선 하나면 걱정이 하나, 셋이면 세 개라며 하나만 낳아 잘 기르길 바라신다고 한다. 아이들 걱정과 함께 점점 좁아지는 나의 일상과 미래가 걱정이 되어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내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점점 고민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 셋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자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막연히 셋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셋씩이나 낳았나 하는 뒤늦은 생각도 든다.

나중에 아이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동생을 낳을 계획
나중에 아이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아이의 미래를 위해 동생을 낳을 계획우혜숙

철저한 가족계획 아래 하나만 낳은 C(30대 후반·5세 남아 엄마·전업주부 1년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원래 남편의 결혼전제 조건이 아이 낳지 말고 둘이 행복하게 살자는 거였는데 난 아이를 원했지. 그러자 남편이 결혼 후 5년 쯤 지난 후에 하나만 낳자 했어. 그런데 내가 서른다섯에 결혼해서 5년 뒤면 마흔에 애를 낳아야 하는데 그건 못하겠더라고. 아예 안 낳으면 모를까. 그래서 남편 뜻대로 안 낳을 생각도 했었어. 직장일이 무척 좋았고 결혼 후 빨리 자립하려면 아이가 없는 게 더 낫겠더라구. 그런데 애 있는 친구들 보니 부럽고 결혼 생활 속에 아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서 아이를 하나 낳았지.

출산 후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시댁에서 2년 살고, 분가 후엔 프리랜서인 남편이 6개월 동안 육아와 살림을 맡았는데 너무 힘들어 해서 결국 내가 우여곡절 끝에 육아휴직을 냈지. 1년 동안 아이와 함께 지내보니 정말 행복한 거야. 다시 일 안 하고 싶을 만큼. 그래서 올해 3월 완전히 일을 그만뒀지. 그러면서 둘째 계획을 세웠어."

"왜? 육아가 행복해서?"

"그건 아니고. 아이가 자라고 우리가 나이가 들고 보니 우리가 죽고 나면 아이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았어. 현재 상황으론 우리 부부의 노후는 우리가 대책을 세우자 계획 중이긴 한데 혹여라도 우리끼리 안 될 경우 아이 혼자 두 명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건 너무 힘들겠더라구. 하나 더 낳아서 그런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 그래서 하나 더 낳을 계획이야."

가족계획은 C부부처럼 부부의 노후, 사후까지 내다보아야 하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일인 것 같다. 계획 아래 하나만 낳아 잘 기를 것이라는 D부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D부부도 이들의 노후, 사후까지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시행에 옮기며 살아가고 있다.

형제의 자리를 대신하는 공동육아 친형제보다 끈끈한 이웃사촌, 지역공동체
형제의 자리를 대신하는 공동육아친형제보다 끈끈한 이웃사촌, 지역공동체김경민

동생 대신 선택한 또래친구 가족모임

D(40대 초반·11세 여아 엄마·직장인)는 결혼 전엔 아이를 넷 낳아서 다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결혼 후 경제적인 이유와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기 힘든 상황 때문에 '아이 하나'라는 계획을 세웠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출산 휴가 3개월 쓰고 복직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거야. 백일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긴 그래서 두 돌까지 남의 집에 맡기면서 한 달에 스무 번을 울고 살았어.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그렇다고 일을 그만 둘 순 없고, 아이는 키워야 하고... 지금도 가끔 둘째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내 돈 주고 아이를 맡기면서 눈치 보며 살아야 했던 그 시절을 반복할 자신도 없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못할 일 같아 둘째는 절대 없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진 하나라서 아쉬운 게 없었는데, 동생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가 좀 부러워하는 게 보이더라구. 그래서 아이의 친구, 그 친구의 동생까지 우리 부부가 데리고 놀러 다니면서 아쉬움을 채워주려고 애를 많이 썼어. 그러다 친한 친구들 8명의 가족 모두가 모이게 되었지. 그렇게 시작한 8가족, 32명의 모임을 4년째 하고 있어. 외동인 집, 둘, 셋 있는 집,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모여 하나의 큰 가족을 이루게 된 거지.

처음엔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에게 모임을 통해서 또래친구, 동생, 언니를 만들어 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지금은 엄마 아빠들끼리 더 친하게 되었고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서로 의지하면서 친형제자매처럼 슬픔은 나누고 기쁨은 더 나누면서 지내고 있어."

공동육아를 넘어 공동노후까지 생각한다

D부부가 외동을 잘 키우기 위해 선택한 가족모임은 공동육아이자 지역공동체의 형태로 볼 수 있다. D 가족이 함께 만들고 있는 모임은 아이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확대 되어 이제는 서로의 노후까지 공동의 시선으로 설계 중이라고 한다.

"나보다 남편이 더 확고하게 아이는 하나로 충분하다 했어. 아이도 중요하지만 우리 인생도 중요하다고. 옛날 부모처럼 아이위해 살다가 아이에게 의지하는 노후를 살지 말자는 거지. 하나만 낳아 잘 키우고 둘째, 셋째 키울 돈으로 노후 준비를 하자는 남편의 생각에 동의해. 나중에 아이도 우리 부부도 외로운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부분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가족 모임에서 채워지겠지. 욕심 같지만 아이는 외동이니 다복한 집 아들과 결혼해서 북적이고 살면 좋겠고."

중요한 건 육아환경과 양육태도 아이는 절대 혼자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건 육아환경과 양육태도아이는 절대 혼자 키울 수 없다정가람

'아이와 함께 꾸려가는 삶'

외동을 둔 네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외동이기에 외로울 수 있지만 비교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그만큼의 여유도 누리고 있었다. 아이가 하나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성격, 환경, 미래의 여러 불안은 이웃과의 연대로 극복해 나가며 아이 하나로도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네 가족이었다. 아이와 함께 꾸려가는 삶에 있어 아이가 하나냐, 둘이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아니었다.

아이를 어떤 환경에서 어떤 태도로 키우느냐가 아이의 삶을 결정하지 않을까? 내 경우를 보면 육아와 가사 노동의 경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이가 하나일 때도 셋일 때도 나의 양육 태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이가 늘어나면서 예기치 못한 여러 변수가 생겨 바뀌는 점도 있었지만 육아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거의 같았다.

육아의 고단함과 외로움으로 인한 양육 태도를 바꾸어 보고자 D의 친구모임처럼 밖으로 눈을 돌려 이웃을 만나고 마을을 만들어 나가면서 육아 환경 개선을 통한 육아 전반의 변화를 꾀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할 수 있는 나의 일을 찾았고 아이를 함께 키워줄 수 있는 이웃과 일상을 나누었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긴다는 죄책감에서도 벗어나 시간제 일시보육의 도움도 받아 나만의 시간도 가지고 있다. 환경을 바꾸자 아이를 대하는 내 마음가짐도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 듯하다.

육아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나아지는 육아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 삶의 많은 부분을 개선해 나간다 해도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나아지기 힘든 현실이다. 외동인 집들 대부분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문에 아이 하나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보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공교육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노후 복지문제가 튼튼하다면 외동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이 하나만 계획했을까?

앞에서 열거한 여러 사회문제는 외동인 집들도 겪는 어려움이기에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겠다는 가정도 늘고 있다. 육아환경의 개선은 아이 수가 몇이냐를 떠나 국가의 큰 계획 아래 반드시 진행되어야만 하는 사항이다. 아이들이 국가의 미래라는 건 불변의 진리이다.

아이가 하나여도 둘이어도 문제는 있고 행복은 있다. 동생 낳으라는 주위의 한 마디에 상처받지 말고 내 가족 계획은 내 의지와 자유로 세워가며 행복을 만들어가길, 옆집 아이 수에 지나친 훈수를 두기보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더 노력하는 이웃이, 사회가 되길 바란다.
#육아 #하나만 낳을 권리 #외동 #육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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