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대선 당시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집 주인도 세입자도 집 걱정, 대출상환 걱정 없는 세상이 옵니다"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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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집주인을 위한 공약만 내놓은 건 아니었다. 그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전셋값에 전전긍긍하는 '렌트푸어'들을 위해 '목돈 들지 않는 전세제도'와 '행복주택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사회 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프로젝트는 국유지인 철도부지 위에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어 주변 임대료의 30~40%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1년여 후인 2013년 말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 가구 수를 14만으로 축소해 발표했다. 더구나 정부는 현재까지 14만 가구를 어떻게 언제까지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행계획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계획이 거듭 수정되고 상황이 바뀌면서 14만 가구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공약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신용이 좋지 않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에 대한 대책이었다. 비교적 신용이 좋은 임대인이 세입자의 부족한 전세금을 저금리로 대출받는 대신, 그 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제도다. 정부는 2013년 8월, 이 제도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용률은 극히 낮았다.
당시 민병두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와 관련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실적이 없거나 극히 미미한 상황으로 공약이 실패한 것"이라며 "이 제도는 전세보증금 상승분을 금융기관이 대출해주는 것으로 전세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보다는 가계 부채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 문제로 시름하는 이들의 몸과 마음, 누가 달래주나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대선 전 야심차게 내놓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정책들은 집 문제로 골치를 썩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다. 사실 박근혜 후보의 핵심 공약이 이행되지 못한 이유는 실효성이 없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처럼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경우, 등기부상 개인이 소유자로 나오지만 사실상 집주인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다.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상, 금융기관이 하우스푸어에게 더 좋은 신용등급(대출을 더 해주든, 이자율을 더 낮춰주든)을 제시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또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제도였다. 전세값이 오르는 상황인데다, 전세대란으로 계약을 하려는 임차인이 줄을 섰는데, 어떤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세입자의 전세자금을 대출해주겠나.
행복주택 공약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이 더딘 이유를 철도부지 인근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 탓으로 돌리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행복주택을 대체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야 하는 게 맞다. 눈에 불을 켜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도 모자랄 마당에 정부는 지난 5월,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들은 왜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걸까. 하우스푸어들 중 상당수는 이 공약의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하우스푸어를 구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집값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부양과 개발, 성장을 앞세운 새누리당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렌트푸어들은 기만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유학중인 대학생이나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은 행복주택에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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