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오후 7시(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국제기독실업인회(CBMC) 컨벤션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행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 전 세계에서 모여든 800명이 넘는 기독실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기도'와 '행동하는 믿음'을 강조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을 복도까지 따라 나와 사진을 찍었다.
김명곤
"기도하고 또 기도하라."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국제기독실업인회(CBMC) 디너 파티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이 행한 것은 딱히 기조연설이라기보다는 강렬하고 여운이 긴 '간증'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내로라하는 800여 명의 기독실업인들은 직전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시종 진지하게 경청했다. 연설 중간 중간 모두 11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아멘' 소리가 흘러 나왔다. 마치 어떤 유명 목사가 설교를 하는 대형 부흥집회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독실업인들의 '스타'가 된 이명박 대통령약 40여 분 간의 '간증'이 끝나자 단 아래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들고 나온 청중들이 이 전 대통령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기에 바빴다. 몰려 나온 측은 아시안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나중에는 백인 청중들도 몰려 나와 촬영 대열에 동참했다. 기조연설이 끝난 이 전 대통령이 자리를 뜨자 미처 기회를 챙기지 못한 청중들은 밖에까지 쫓아 나와 사인을 받거나 기념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이 떠난 후에 순서를 진행하던 아시아계 엔터테이너와 백인 사회자도 고개를주억거리며 "프레지던트 리의 텃칭 스토리(touching story, 감동적인 이야기)"를 재차 언급할 만큼 여운이 컸다.
기자와 같은 원탁 테이블에 앉았던 싱가포르 기업인은 상기된 얼굴로 기자에게 "디너 값 $140 받을 만하지?"라고 말을 건넸다. 피어 그룹(peer group, 동료), 또는 자신에게 소중한 이웃들(significant others)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힘나고 신나는 일인가.
이 전 대통령의 첫 도착지인 애틀랜타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부정선거 내란범 이명박근혜를 구속하라'는 피켓 시위가 있었고, BBK 주가조작 의혹, 현대자동차와 관련한 허위 이력 기재 의혹 등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그런 '안티' 움직임이 왜소하고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명박 장로'의 카리스마를 4~5m 앞에서 목격한 기자가 미리 '예언' 하나 하겠다. 앞으로 이명박 장로는 CBMC의 주 강사로 자주 초대될 것이고, 특히 대박을 꿈꾸는 불신자 기업인들을 '예수쟁이'로 만들것이다.
'긍정의 신학'으로 '보금주의(保金主義)' 교회를 곳곳에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조엘 오스틴, 일찍부터 '가능성의 신학'으로 명성을 떨치며 화려한 성전을 '봉헌한' 로버트 슐러, 한국이 낳은 '삼박자 축복'의 아버지 조용기 목사만 '인물'인가. 이명박 장로는 갈수록 신자가 줄고 있다는 한국교회를 위기에서 건져낼 인물이 되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기자에게 '이명박'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내곡동 사저 구매 과정의 위법 혐의에 대한 비아냥이 담긴 찬송가 '내곡동 가까이', 광화문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 쌓아올린 '명박산성', 일그러지고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용산 참사자들과 그 가족들, 환경 파괴를 부른 4대강 개발, '서울시 봉헌', 수많은 전과 기록... 더 있으나 그만 생략한다.
기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먼 거리를 달려온 이명박 장로의 간증을 '순수한' 마음으로 듣기로 했다. 차마 감격에 겨운 '아멘!'은 하지 않았으나, 유인촌이라는 배우가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신들린 감정이입으로 연기하였듯이 자연스레 그의 간증에 호흡을 맞추었다. 딴은, 아주 오래 전 이와 비슷한 간증들에 감정을 바친 경험들이 있기에 크게 어려운 일도, 어색한 일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