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신라 최초의 절로 알려지는 구미 도리사 (오른쪽)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안동 봉정사 극락전
정만진
경북 구미시 해평면 송곡리 태조산에 있는 도리사는 '신라 최초 가람'이다. 도리사 홈페이지에는 '적멸보궁 도리사는 417년(신라 눌지왕)에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불교가 없었던 신라에 포교를 위해 처음 세운 신라불교의 발상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수행처를 찾기 위해 다니던 중 겨울인데도 이곳에 복숭아 꽃과 오얏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본' 아도화상이 '모례장자의 시주로 절을 짓고 이름을 복숭아와 오얏에서 이름을 따 도리사라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강화도의 전등사는 스스로를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사찰'로 자칭한다. 전등사가 발행한 소형 홍보물에는 '우리 민족에게 불교가 전래된 시기인 서기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민족의 역사가 살아 있는 강화도에서 1600여 년을 이어온 한국의 대표적인 고찰'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전등사가 말하는 '한국'은 'South of Korea'가 아니라 헌법상의 대한민국을 뜻한다. 삼국유사에 375년 국내성 일원에 건축되었다고 전해지는 초문사와 이불란사가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등사 홍보물의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사찰'은 전등사 법당의 최초 건물이 지금 남아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존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물은 12-13세기에 지어진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다. 만약 전등사의 법당이 현존한다면 이는 봉정사 극락전보다 900여 년 앞선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