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델리 역에서 인도 서부 사막 지대인 라자스탄으로의 기차가 출발한다.
윤인철
뉴델리가 신시가지라면 올드델리는 구시가지다. 같은 델리면서 건물이나 주변 환경에서 확연히 차이가 느껴졌다. 어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는 뉴델리라기보다는 올드델리의 모습일 것이다. 무질서하면서도 인도 사람의 진한 냄새가 나는 곳!
공원을 지나 찬드니 촉으로 나왔다. 찬드니 촉 도로 좌우로 상가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도로 중앙 분리대 위를 거닐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에 사람, 자동차, 오토 릭샤,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며 오고 갔다. 내 정신도 함께 오고 갔다. 그 거리의 주인은 없었다. 모두가 주인이었다. 거리는 혼잡스럽지만 사람은 평온했다. 모두 각자 가야 할 길을,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나만이 경적 소리에, 호객 소리에, 낯섦에,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매연에 쫓길 뿐이었다.
찬드니 촉을 거의 다 빠져나올 무렵 한 인도인이 나를 유심히 보더니 다가와 물었다.
"그 마스크 어디에서 산 겁니까?" 한국에서 사온 마스크였다. 델리를 여행하는 동안 필수품은 바로 마스크였다. 델리의 어떤 거리든지 호흡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연과 악취가 코를 찔렀다. 사이클 릭샤를 타고 붉은 성으로 가자고 했다. 자전거 릭샤를 탈지 말지 망설였다. 거무튀튀한 얼굴에 다 낡은 슬리퍼를 신고 안간힘을 쓰며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릭샤꾼. 그들 뒤에 안락하게 앉아 그들을 내려다본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우리는 불편한 마음을 뒤로 미루고 한 번 타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셋 중 그나마 몸이 날렵한 나와 병오 형은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앞자리에 타고, 통통한(?) 장호는 릭샤 뒤 짐칸에 올라탔다. 삐쩍 마르고 늙은 릭샤꾼은 성인 세 명을 태우고 달리느라 안장에 엉덩이를 붙일 수 없었다. 힘겹게 한 바퀴 한 바퀴 페달을 돌렸다. 그의 삶이자, 가족의 삶이 멈추지 않도록 그렇게 돌리고 돌렸다. 낮은 오르막이라도 나오면 힘에 부친 듯 자전거에서 내려 손잡이와 안장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허리를 90도로 꺾은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음이 저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