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삼척 시내에서 진행된 '핵없는 세상을 위한 삼보일배 대행진'
성낙선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삼척에서 지난 2010년 12월 세 번째 핵 반대 투쟁이 시작됐고, 그 투쟁이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삼척의 반핵운동은 자기 역사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며 자기정체성을 확인하는 싸움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삼척시민들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핵발전소 유치에 앞장선 김대수 전 시장을 심판했다. 대신 핵발전소 결사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그동안 반핵투쟁을 함께 한 김양호 시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로써 삼척의 핵반대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삼척핵발전소 유치 과정은 아주 치밀하게 기획되었으며 삼척 시민들의 의사를 왜곡했다. 지난 2010년 김대수 전 삼척시장에 의해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 2010년 5월 11일 김대수 전 삼척시장 재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22조 원의 국책사업인 세계원자력연구원 유치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움- 2010년 6월 김대수 후보 당선- 2010년 7월 2일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로 말 바꿈- 2010년 8월 16일 스마트원자로 실증단지 유치로 말을 또 바꿈- 2010년 10월 18일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천명 위에서 보듯이 출마에서 당선 그리고 임기 시작 후에도 그의 말이 여러 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김 전 시장이 재선의 힘으로 거침없이 핵 발전소 유치를 밀어붙여, 시민들에겐 의사를 표현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었다. 실제로 자치단체장의 막강한 힘 앞에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 '매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로 인해 언제든지 시민들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화력발전이든 핵발전소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하여 실행되는 국가에너지 정책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력생산자들의 의사를 기초자치단체의 유치의향 제출과 기초의회 동의→기초의회의 동의로 실제적인 주민의사로 결정 사업자 지정→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건설의향서 접수→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계획서 등재로 실질적인 사업자 결정됨)이렇듯 전력수급기본 계획이 등재되면 사업자가 되고 건설이 확정되는 형태는 문제가 많다. 어느날 갑자기 전기사업자(예 : 한수원, 남부발전 등)가 지역에 와서 주민의 동의서를 받고 자치단체와 의회에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은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역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
바꿔야 한다. 정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의거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그 이후에 에너지원별로 전력생산에 필요한 설비량을 정한다. 그 다음 건설의향서를 접수하고 그 지역 주민들 동의를 받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게 그나마 이 절차가 지역민들의 의사를 왜곡하지 않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칠 수는 방법이다.
오는 10월 9일 삼척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의견을 묻는 삼척 주민투표는 왜곡된 유치 의향을 바로잡는 일이며, 파괴된 지역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고, 지방자치의 점진적 발전을 가져오는 국가적 일이다.
삼척시민들은 핵발전소 유치 과정에서 많은 탄압과 억압을 받아왔으나 그에 굴하지 않고 4년 동안 투쟁해왔다. 그리하여 주민투표를 성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 시장에 의해서 저질러진 독단과 독선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의 그레샴의 법칙처럼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6·4지방선거를 통하여 자치단체 운영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표출되었다고 보여진다. 시민들의 이런 경험은 앞으로 삼척의 일을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또한 삼척시민들의 주민투표 결과는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삼척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두려워 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경고음 무시하지 말라, 국가에너지 전환 선언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