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풍수지리의 대가 남사고 선친 묘엔 아직도 풍수지리 연구자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한나연
조선의 노스트라다무스, 남사고 선생의 선친 묘옛길의 그윽함을 느끼며 비탈을 오르다보면 거대한 봉분과 마주한다. 묘와 어우러진 절경을 살피면 여기가 바로 격암 남사고 선친의 묘다. 서양에 인류멸망의 날을 점지한 노스트라다무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조선 최고의 예언자 남사고 선생이 있다.
명종 말기에 임진왜란을 일찌감치 예언했을 정도로 천문을 이용한 예언은 당대 최고의 명성을 떨쳤다. 그의 유명 저서로는 <남사고비결>과 <격암유록>이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많은 풍수지리학자들은 아직도 이 자리를 찾아온다. 조선시대 최고의 풍수지리 대가로도 불리었던 남사고 선친의 묘이니 만큼 '명당 중의 명당'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선친 묘가 들어선 자리 양 옆은 좌청룡 우백호의 산이 있고 뒤에도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이 서있다. 앞을 바라보면 겹겹이 있는 산이 펼쳐지고 날이 좋은 날에는 멀리 푸른 동해까지 보인다.
물박달나무, 굴참나무, 돌배나무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걷던 동네에 들어서게 된다. 늘 물이 풍부한 땅, 냉수동이다. 냉수동은 이름 그대로 찬물마을을 말한다. 60마지기 정도의 크기로, 약 9000평 정도의 크기다. 며칠간 왕피길 여정 곳곳에서 계단식 논 터가 있는 화전민의 흔적을 볼 수 있었지만, 냉수동의 화전민 터는 말이 화전마을이지 사람들이 농지를 일구고 살았던 곳이다.
관개시설이 없어도 본래부터 물이 많아 하늘이 내려준 복 받은 땅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화전민이 모두 사라지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는데도 강가나 습지에 나는 버드나무가 아직도 있을 정도이다.
▲왕피길 3구간에 있는 냉수동 찬물내기는 사시사철 시원한 물을 내어주고 있다.
한나연
자연 냉장고, 찬물내기를 찾아서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졸졸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 물을 따라 몇 발자국 올라간 곳은 '찬물내기'다. 고여 있는 듯 보였지만 찬찬히 보면 작은 물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보인다. 바위틈으로 개울물이 흘러나온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물이 나고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물은 이름 그대로 '찬물'을 '내어' 주고 있다. 작은 계곡물인 이곳에서는 약수를 떠먹을 수 있다. 냇가여서 선선한 기운도 불어와 도시락을 챙겨먹기에 제격인 곳이다.
냉수동을 지나서 길을 걷다보면 철도용 궤도 쇠덩어리가 보인다. 1987년 폐광한 분필광산의 흔적이다. 광산은 다 묻혔지만 길가에 흔한 돌을 주워 바위에 긁어보면 분필처럼 선이 나타난다. 분필 원석인 곱돌이다. 폐광 전까지 이 지역 사람들의 생업 터전이었던 곳이다.
길 곳곳 나무 위엔 희한한 물건이 매달려 있다. 흰 컵 모양에 길게 줄이 연결되어 있는데, 서울로 전보를 치는 '애자'라는 물건이란다. 중요 통신수단으로 잘 활용되었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국 특산 꽃, 꼬리진달래.
한나연
작은 고개를 넘으면 한국 특산 꽃인 꼬리진달래(참꽃나무겨우살이)를 볼 수 있다. 위도 상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일대에만 나는 꽃으로, 이곳이 동쪽 경계가 된다. 아미사를 향하는 길엔 옛길 위에 돌을 쌓아 만든 조금은 아슬아슬한 길을 지나게 된다. 이는 그 당시의 도로공사를 한 흔적이다. 아미사를 거쳐 오후 3시 즈음엔 하원리 전치정류장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울진시내버스로 울진읍과 삼근리로 이동할 수 있다.
▲왕피천 일대 골짜기 전경.
한나연
생태관광 마지막 트레킹을 끝내며 |
왕피천 유역과 4개 마을에서 시행하는 생태관광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이곳이 단일 보전지역으로는 국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이기 때문이다. 동강 보전지역의 1.6배나 되는 면적으로, 8등급 이상의 녹지자연이 전체 지역의 95%가 넘어 식생이 우수하다. 거기에 수달, 산양, 삵, 담비 등 다수의 멸종 위기종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실제로 왕피천 유역 산이나 마을에선 산양이나 삵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생태학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네 개 마을의 주민들이 이 보전구역을 직접 관리한다는 사실도 독특하다. 이는 국내 보전구역에선 흔치 않은 사례다. 국립공원에서도 행정부에서 관리자가 나와 관리하고, 주민들은 국립공원 해지를 요구하는 현실이다. 왕피천에선 총 8개 초소에 92명의 감시원이 휴일 없이 교대로 반년 간 근무한다. 평생을 왕피천 유역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주민들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지역을 지키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공공영역에서 스스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왕피천 생태관광 예약은 왕피천 에코투어 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왕피천생태관광이야기(www.wangpiecotour.com)에서 가능하며, 054-781-8897로 문의할 수 있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서울 가는 옛길, '동양의 예언자'도 눈여겨 봤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