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10일째인 지난 4월 25일 오후 사고해역 수색작업에 투입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이 작업 시작을 못하고 있다.
남소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대면하기 힘들고 피하고 싶지만, 똑바로 마주보아야만 하는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이상호 기자와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이후 보름 동안 벌어졌던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상황이 낱낱이 드러남에 따라..." 영화제 홈페이지에 나온 영화 소개 글의 일부다. 상식적으로, 4월 16일 이후 15일 간을 다룬 영화를 통해 '팽목항의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언론들은 상영 금지를 요구하고, 이를 보도하며 영화제 잡음내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다이빙벨> 상영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정서와는 전혀 상관없이 소수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죠."
지난 23일 <채널A>와 전화 인터뷰 한 차세대문화인연대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작품을 놓고 "국민적인 정서"를 운운할 수 있는 근거와 패기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다이빙벨> 상영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차세대문화인연대는 어떤 조직인가. 이 조직의 대표인 최공재 감독은 '한예종 채용 비리'로 결국 구속된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재임 당시,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운영자인 (사)한국다양성발전협의회의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잘 알려진 대로, MB정부가 임명한 조희문 위원장 시절은 영화계의 대표적인 암흑기로 꼽힌다. 당시 조 위원장을 등에 업고 잘 운영되던 독립영화전용관을 접수(?)하며, 때 아닌 영화계 좌우 논란에 열심이었던 것도 바로 그다. 올해로 19번째를 맞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제영화제에 그가 "노골적인 정치색" 운운하는 일은 가당치도 않다.
영화제측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영 논란을 일축하려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진짜, "정치적 이유"가 있는 이들에 의해서다. 이 논란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당사자로 뛰어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뒤흔드는 하태경 의원과 서병수 시장 최근 '일베'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하태경 의원. 부산국제영화제 근거지인 해운대 인근 기장을 지역구 의원인 그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제 주최 측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것인 만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게 되면 온 국민을 속인 한 업자의 '사기극'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될 것이다"는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를 초청작으로 결정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측과 프로그래머는 응당 논란의 책임을 지고 국민과 유가족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영화제 측을 겁박하기도 했다.
반면, 이상호 감독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하태경 의원을 영화제 상영에 초청(?)하기도 했다. 직접 와서 영화를 보라는 뜻일 터다. 만약 영화의 내용이 '사기극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해도 그것 또한 관객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작품성이 터무니없었거나 가치가 없었다면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측이 부담을 지며 초청을 했을 이유도 없다.
소재만 놓고 진영 논리나 정치적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개 국회의원이 "상영 취소" 운운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한상영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국제영화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때 논란이 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일반 개봉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기 종영되는 비운을 겪은 바 있다. 그러한 전례를 인식했을지 모를 하태경 의원은 이제 영화제 자체를 뒤흔들려는가.
<다이빙벨> 상영, '세월호 참사' 직시 노력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