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전략마케팅실장)이 24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시연
"박근혜 정권의 규제 완화 광풍이 애꿎은 단말기유통법까지 파산시켰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결국 삼성전자의 승리였다. 24일 아침 국무총리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단말기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아래 단통법) 고시안에 포함된 '보조금 분리 공시' 관련 조항 삭제를 권고하자, 삼성전자는 잔칫집 분위기였던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온종일 초상집 분위기였다.
법 해석 싸고 부처간 이견... 배후는 최경환 장관?마침 이날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갤럭시노트4' 출시 행사를 연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전략마케팅실장)은 분리 공시 관련 질문에 "내용을 잘 모른다"고 직접 언급을 피했지만, 단통법 때문에 판매량이 줄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보조금이 줄어 시장이 조금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일시적 영향은 있겠지만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해 어려움을 극복해 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밝혔다.
반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우린 고시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올렸고 규개위에서 잘 판단하리라 생각했는데 많이 아쉽고 우울하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규개위에 재심을 요구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결국 촉박한 일정에 쫓겨 해당 조항을 뺀 채 단통법 고시를 의결했다.
참여연대, 새정치민주연합 등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이날 하루 종일 들끓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날 오후 성명에서 "단말기유통법의 핵심은 보조금 분리 공시를 통한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에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규개위가 정부나 국민보다 위에 있는가"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도 이날 성명에서 "단통법이 '반쪽 시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면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의 과도한 통신비 절감보다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보호에 앞장섰다"며 정부에 재논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분리 공시 도입 무산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국회였다. 단통법 12조 1항에는 이통사에서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지급하는 지원금(보조금)과 제조사가 지급하는 장려금 관련 자료를 미래부와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했는데, 삼성전자가 '영업 비밀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조사 장려금 규모를 일반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 8월 지원금 공시 관련 세부 기준 고시안 2조 3항에서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 이통사 직접 부담과 제조사 장려금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보조금 분리 공시'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이날 규개위에 참석한 법제처 차장이 분리 공시 조항이 앞서 단통법 12조 1항 단서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국 삭제 권고로 기울어졌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최성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린 지원금에 포함된 장려금 일부가 밝혀져도 제조사가 이통사에 준 장려금 전체 규모가 밝혀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법원 1심 판결이 반드시 옳은 게 아니고 항소심 결정이 다를 수 있듯 법제처 위반 판단에도 반드시 다른 결론이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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