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화 I '효박한 이 세상에 불고천명 하단말가 가련한 세상사람 경천순천 하였어라(동학)' 캔버스에 유화 138×290cm 1989. 동학의 천도교 경전에 실린 노래가사를 형상화하다. 민중화풍의 습작으로 도상은 '오윤' 판화를 참고하고 있다
김형순
이번 비엔날레의 제목은 '귀신·간첩·할머니'다. 우선 '귀신과 간첩'을 한 묶음으로 생각해 보자. 이들 하면 떠오르건 알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존재, 그래서 이야깃거리는 많으나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신하면 역시 '마을굿'이나 '풍물굿' 대사에 나오는 '독재귀신·독점귀신·독선귀신' 같은 사설이 떠오른다. 우리가 식민 시대의 연장 같은 분단 시대를 살다 보면 청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이럴 때 귀신은 우리가 타도해야 할 공공의 적을 뜻한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해석이 좀 다르다. 자료에는 "역사의 서술에서 누락된 고독한 유령을 불러와 그들의 한 맺힌 말을 경청하는 자"로 적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선 상당히 다원적이고 상징적이며 역사적인 의미로 부여된 셈이다.
간첩은 또 어떤가. 진짜 첩자도 있지만 우리가 경험한 냉전의 기억 속에서 간첩은 많은 경우 '최고의 지식인'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스갯소리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법관이 되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면 감옥에 간다는, 이는 냉전 시대의 모순을 풍자한 말이다. 매년 노벨상 후보 단골인 고은 시인만 아니라 김지하, 김남주, 박노해, 천상병, 황석영 등은 한때 다 간첩이었다.
그런데 박 감독은 왜 이런 규정하기 힘들고 모순된 뜻이 담긴 용어가 예술에서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고 미적 상상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건가. 위 최민화 작품에서도 보면 '귀신과 간첩'을 연상시키는 징표는 많다.
한국여성잔혹사를 대변하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