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태권도 전파의 선구자 이병호 사범, 그의 도복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최주호
-아프리카에 정부 파견(정파) 사범으로 가셨을 때 일화를 말씀해주세요."처음 정파 사범으로 간 곳이 나이지리아였습니다.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에 도착해보니 공항 내에는 이민국 수속절차 중 총을 든 험상궂은 제복입은 군인들이 서 있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습니다.
겁도 났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고 어차피 내가 택한 길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하면서 나의 검은 대륙의 생활이 그렇게 시작됐죠. 태권도 협회에서 준비한 주재국 전 태권도 지도자들의 환영 모임에 참석하고 곧바로 처음 지도 요청으로 사범들 훈련에 참여했어요. 지도와 시범 등을 할 때 당시 키가 2m가 넘고 덩치가 남산 만한 해군상사란 친구와 겨루기 도전을 받게 됐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요청에 쾌히 승낙하고 200여 명의 태권도인과 협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오른발 돌려차기 공격을 유인하여 반 격투기 기술로 들어오는 상대를 왼 밤주먹 카운터로 명치를 찌르고 물러서는 친구를 뒷차기로 마무리하자 그는 땅바닥에 꼬꾸라 졌습니다.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를 쳤고 그 친구는 본 사범이 주재국을 떠날 때까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기꾼 한국 사범한테 가짜 5단증을 구입해서 덩치를 이용, 힘을 과시하며 자신이 연장자이고 주재국 최고의 고단자라고 자칭하며 태권도인들이나 협회 관계자들과 불화의 메이커였습니다. 그와의 반격투식 겨루기소문은 꼬리를 물고 전국으로 소문이 퍼졌고 우연치 않게 강하고 만만치 않은 사범으로 인식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