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옥
가을 산행길, 힐링이 따로없다이중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려 통일신라 시대 석탑의 전형적 양식을 따르고 있는 유금사 삼층 석탑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이뤄져 있다. 또한 층마다 모서리에 기둥 모양이 새겨져 있을 뿐 다른 꾸밈은 없어 소박한 느낌을 준다.
탑신부의 지붕돌은 4단의 층급 받침을 두고 있는데, 네 귀퉁이에서 살짝 추켜올려져 있었다. 상륜부는 없어져 후대에 와서 다시 복원해서 그런지 탑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본디 이 탑은 대웅전 앞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대웅전이 무너져 버려 지금의 위치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탑 속에서 금동주악천상이 발견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유금사 경내를 벗어나 산행을 시작했다. 칠보산이라 하면 충북 괴산 칠보산을 떠올리는 산객들도 있다. 불교 경전인 무량수경이나 법화경에 나오는 금, 은, 마노, 유리, 거거 등 일곱 가지 보물을 의미하는 괴산 칠보산과 달리 영덕 칠보산은 더덕, 황기, 산삼, 돌옷, 멧돼지, 철, 구리 등 일곱 가지 동식물 및 광물이 풍부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정말이지 세월이 많이도 흘렀나 보다. 요즘 세상에 멧돼지를 보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영덕 칠보산은 힐링 산행에 딱 안성맞춤이다. 숨 가쁘게 헐떡거릴 만큼 가파른 오르막도 없고, 산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잔잔한 떨림이 보기에 좋다. 무엇보다 산행 내내 보들보들한 흙길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한마디로 일상에 찌든 피로를 싹 씻어 주고, 삶에 지친 마음마저 토닥토닥 달래 주는 힐링의 시간이다.
그렇게 1시간 10분 남짓 걸어갔을까. 억새풀이 피어 있는 헬기장이 나왔다. 전망이 탁 트여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는 곳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기저기 구름들이 파란 하늘을 뛰놀듯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흐드러지게 피지는 않았지만 억새와 어우러져 하늘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는 잠시 넋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곁에 가을이 와 있음을 진하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