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천342㎡)의 한전부지 입찰은 감정가는 3조3346억 원이다.
연합뉴스
"오너의 의지 없인 불가능한 일 아닌가."18일 오전 현대자동차그룹 한 임원의 말이다.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 과정에서 10조 원이 넘는 파격적인 값을 써낸 과정을 물었을 때였다. 결국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은 현대차에게 돌아갔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은 고개를 숙였다. 현대차는 '그룹의 100년 앞을 내다본 투자'라면서 나름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과연 땅값으로 10조 원 넘게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개발 이익 등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칫 현대차의 경쟁력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주식시장에서 현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입찰 참여 3개사의 주가는 7~9%가량 폭락했다.
감정가 3~4조원 땅을 10조5500억에 산 현대차이날 오전 한국전력은 삼성동 부지 낙찰자로 현대자동차그룹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일부 직원들은 박수를 치면서 기뻐했다. 반면 서초동 삼성그룹은 조용했다. 이어 텔레비전 자막 속보로 현대차의 낙찰 가격이 공개되자, 양쪽 회사 직원들은 모두 놀랐다. 삼성 관계자는 "TV 자막에 (현대차의) 낙찰 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예상 낙찰가는 4~5조 원 수준으로 들었는데…"라며 "아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현대차의 낙찰가는 파격적이었다.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 넘었다. 한전부지 면적은 모두 7만9342평방미터(㎡), 감정가는 3조3346억 원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4조 원 안팎에서 부지가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지 매입으로 4조 원 넘게 쓸 경우 개발 이익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같은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현대차가 써낸 입찰가는 무려 10조5500억 원이었다. 시장의 예상치나 감정가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3.3평방미터(㎡)당 4억3879만 원에 달한다.
부동산 업계와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너무 무리하게 베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현대차 스스로 밝혔듯이 그룹 계열사들이 직접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써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에서 이번 부지 입찰을 두고 '무조건 삼성을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자칫 국내 재계 1, 2위 업체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라고 전했다.
"상징적 랜드마크 만들 것"... 승자의 저주 우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