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대표는 종묘를 가장 아름다운 서울의 건축물로 꼽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치한 봉하마을 묘역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 그는 "종묘의 월대(月臺)는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라며 "비워진 곳을 음미하고 묵상하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소연
- 총괄 건축가, 생소한 직책입니다. "인구 천만의 도시에는 엄청나게 많은 건축 행위가 일어납니다. 이를 시장이 총괄하는데, 시장은 건축 전문가가 아닙니다.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등 부서 내에서도 하는 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전문가인 제가 시장 직속 조직으로 서울시의 건축을 총괄하게 됩니다. 영어로는 '시티 아키텍트(City Architect)'라고 하고요. 서울에서 건축과 관련돼 일어나는 설계나 발주, 기획 등을 일관된 시각으로 관장합니다."
- 조직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행정팀, 연구팀 등 2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건축에 관한 모든 것들은 총괄 건축가실로 들어옵니다. (다른) 부서로 줄 건 주고 더 검토해야 할 것은 검토하는 등의 업무를 할 것입니다."
- 취임 배경이 궁금합니다."박원순 시장과는 그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박 시장이 관여했던 단체에서 강의도 했었고요. 교류하면서 건축에 대한 제 생각을 박 시장이 공감했죠. 2011년, 시장이 되자마자 건축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했고, 그러다가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됐습니다. 위원회도 서울시의 주택정책실 부서에 속하다 보니까 그 분야만 하게 됐습니다. 1년 가까이 다른 나라의 총괄 건축가를 연구한 뒤 제안을 했고 (박 시장이) 재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건축은 공공서비스, 서울의 정체성 바꿀 것"- '초대'라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포부가 있다면."저는 여태껏 건축은 공공 서비스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대가로 이 직책을 얻게 됐는데,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개발 중심의 도시를 치유하고 서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바탕을 만들겠습니다."
- 총괄 건축가로서 지금의 서울을 진단하자면? "인구 천만 도시가 전 세계에 스물다섯 곳 있습니다. 3500만 인구의 중국 충칭을 제외하면 산이 있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합니다. 서양의 많은 도시는 모두 평지에 세워졌습니다. 머릿속에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구상하고 땅을 찾기 시작한 거죠. 그런 측면에서 대부분의 서양 도시는 평면으로 이뤄진 계획 도시입니다.
서울은 다릅니다. 산지가 많습니다. 평지는 대부분 경작했고 산비탈 아래에 마을이 형성됐죠. 서울도 배산임수(背山臨水), 그러니까 산 때문에 수도가 된 것입니다. 적어도 일제시대까지는 서울의 모습이 지켜졌어요. 그러다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이 관념이 사라졌죠. 평면의 도시가 들어왔습니다. 산 있으면 깎고 터널 뚫고, 계곡 있으면 메우면서 집은 평면에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짓고 부수었죠. 서양 도시를 닮으려 한 게 지난 수십 년간 서울의 도시계획이었습니다. 서울의 정체성이 망가진 것이죠."
- 그런 진단에 따라 지난해 서울건축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메가 시티(mega city)에서 메타 시티(meta city)로의 전환이었습니다."서울같은 대도시는 '메트로폴리스'라 불려요. '폴리스'는 정치적 도시의 의미이고, 메트로의 어원은 'Mother',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번식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메트로폴리스가 성장하면서 '메가 시티'가 됐고, 전 지구의 도시화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연 '우리가 행복해졌느냐'고 따지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죠. 그래서 이제는 성장이 도시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메타 시티'란 그것을 넘어서는 뜻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도시사회학자인 프랑수아 아쉐가 <메타폴리스>라는 책에서 쓴 단어로, '성찰적 도시'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연계와 연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입니다. 빠른 도시보다 느린 도시, 교통이 아닌 사람 보행 위주의 도시입니다.
이 개념은 서울과 어울립니다. 서울은 산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고 물이 있기 마련이죠. 물 흐름을 되살리고 산을 보존하면 메타 시티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