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호선 성패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개통 후에 이용하게 될 승객수이거니와, 김씨가 언급한 23만이라는 수치의 출처는 329쪽짜리 '2010년도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아래 KDI 보고서)'와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가 금년 1월에 발간한 무려 527쪽에 달하는 보고서이다. (이 두 보고서 중 전자는 고가전철을 전제로 작성된 반면에 후자는 저심도 지하철을 전제로 작성된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보고내용의 근간이 된 타당성조사에 적용한 분석방법 및 분석결과는 대동소이하므로 이후부터 'KDI 보고서'로 통칭).
한편, 김씨의 반론 중 "광주시의 주장에 따르면 일일 수요가 23만 명이 발생하고" 부분과 "우리나라에서 추진된 도시철도 사업이 실제 수요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부풀려져" 부분을 병치시켜놓고 보면 김씨가 예상하는 2호선 1일당 승객수는 대략 5만 명 정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금년 4월에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김씨가 2호선 1일당 승객이 5만에도 못 미칠 것으로 단언한 사실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된다. 김씨가 2호선을 "지자체 잡아먹는 도시철도" 혹은 "지자체 파산으로 가는 폭주 기관차"로 표현한 근저에는 이처럼 2호선 1일 승객수가 5만 명 이하일 것이라는 자의적 전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군가가 'K씨가 자전거를 훔쳤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도둑이다. 고로 K씨는 도둑이다'라는 논지를 폈다고 하자. 이 논지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전제에 해당하는 첫 문장의 내용이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어야 한다.
입증되지 않은 전제를 바탕으로 입론하는 것을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petitio principii)'라 하는데, 김씨가 바로 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 2호선이 광주광역시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김씨의 주장 역시 '2호선 1일 승객수가 5만에 불과할 것이다'라는 입증되지 않은 명제에 기초하여 입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김씨는 또다시 광주1호선 혹은 타지역 실패사례들이 그 증거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주장 역시 앞에서 지적한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어쩌랴.
현재 시점에서 참고할 수 있는 최선의 2호선 관련 연구결과는 KDI 보고서이다. 그리고 KDI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재정사업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좁은 관문이다. 물론 KDI가 수요예측에 실패한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재정사업의 타당성분석에 관한 한 KDI 예비타당성조사가 최선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김씨가 반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인과 공무원, 건설업자들의 튼튼한 카르텔로 인해 사업이 강행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KDI 예비타당성조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갖 꼼수를 부려가며 KDI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했던 까닭도 그것이 그만큼 엄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 KDI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2호선 1일평균 예상 승객수는 대체로 25만 명 수준이다. 2호선 완공 후 1호선의 1일평균 예상 승객수는 9만 명 정도로 현재보다 4만명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예측이 실현되면 1호선의 적자가 대폭 감소하고, 2호선에서는 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운영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의 편익이 발생한다. 그 혜택의 대부분은 자가용 승용차 대신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될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호선으로 인해 시대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KDI 보고서가 있음에도 김씨는 근거없이 1일 수요 5만 명을 주장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 파산을 거론한다. 2호선은 광주 인구밀집지역 대부분과 전남대학교 및 조선대학교를 지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이 두 대학교와 부속학교의 학생 수만 6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하루 승객수가 5만 명도 안 될 것이라고? 그 대표적 근거는 1호선 사례라고? 타산지석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타산지석을 핑계로 아전인수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필자 주장의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기고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니, 김씨 등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면밀한 경제성분석을 통해 2호선 계획이 경제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이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그 계획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 실패한 사업의 전형처럼 언급되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에도 현재 시점까지 투입된 재정부담액을 매몰 비용으로 간주한 상태에서 경제성분석을 다시 시행하고, 만일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운행을 중단하고 노선을 폐쇄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다. 지금 광주시가 하는 것처럼 단기간의 토론을 통해 건설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나설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9
공유하기
'광주도시철도2호선 반대', 근거를 갖고 말하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