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는 지난 달 21일 오전 자사고 학부모 6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창열
지난 8월 18일 2학기 개학을 하고 꼭 일주일만인 25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선사고 1학년 학생 3명이 한꺼번에 자율형사립고(아래 자사고)로 전학을 갔다. 선사고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강아무개 교사는 요즘도 그 일만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한다.
자사고로 전학을 간 학생들은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이었다. 남학생 2명은 자사고인 배재고로 전학을 갔고, 여학생은 역시 자사고인 이화여고로 전학했다. 선사고와 배재고는 같은 강동구에 있고, 이화여고는 중구에 있어 통학거리도 멀다.
학생들은 모두 학교성적이 상위권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특히 이화여고로 전학한 A양은 선사고에 입학할 당시 성적이 전체 상위 0.4%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A양의 같은 반 친구들은 교실을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로 만들었던 A양을 믿고 의지했었단다.
강 교사는 "부모님의 강권으로 자사고로 전학을 갔지만, A양이 전학 가기 싫어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아쉬워했다. 선사고에서는 지난 1학기에도 남학생 2명이 자사고로 전학을 갔다.
자사고→일반고 전학온 학생, 2주만에 다른 자사고로 전학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영일고의 사정은 선사고보다 더 심각하다. 자사고로 전학 간 학생 수가 더 많아서가 아니다. 현재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이 또 다른 자사고로 옮기기 위한 정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영일고에는 2학기 들어 1학년 학생 4명이 자사고로 전학갔다. 1명은 충남 천안에 있는 자사고인 천안북일고로 전학했다. 서울이 거주지인 일반고 학생이 기숙사 시설을 갖춘 지방 자사고로 전학한 셈이다. 나머지 3명은 강서구 인접한 양천구에 있는 자사고인 양정고로 전학했다.
자사고인 양정고로 전학한 3명의 영일고 1학년 학생 가운데 1명은 구로구에 있는 자사고인 우신고에서 전학왔던 학생이었다. 일반고인 영일고로 전학 왔다가, 2주만에 또 다른 자사고인 양정고로 다시 전학을 간 것이다. 자사고(우신고)에서 자사고(양정고)로 전학하기 위해 편법으로 일반고(영일고)를 정류장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행법에서 자사고 간 이동은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일고 교사 이모씨는 "자사고로 전학한 학생들은 모두 성적 상위 10%에 드는 학생들이었다"며 "그런 학생들을 싹쓸이로 쓸어가면서 대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자랑하는 자사고들은 깡패들"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학기 시작이 무섭게 자사고의 우수학생 빼가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만 2012년 일반고→자사고 전학 52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