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0월 26일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박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정부지원 연구비 횡령과 난자를 불법으로 매매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2009년 10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뜬금없이 '자가유래 세포치료제는 연구자 임상 또는 임상 1상 종료 후, 2, 3상 조건부 품목허가'를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대표발의 했다. 안전성 평가만 되면 효과는 나중에 검증하고 일단 팔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 나간 발의에 식약처는 나름 올바른 입장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의약품 허가 규정에 임상시험을 면제한 경우가 없는 점, 자가 줄기세포치료제라 할지라도 체외에서의 배양을 거쳐 대량으로 투여되므로 안전성 문제 발생의 우려가 있는 점, 현재까지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초기 단계이고 전 세계적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이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식약처가 이 나름의 기준을 지키려하자 2011년 9월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줄기세포 R&D 활성화 및 산업경쟁력 확보방안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너무 보수적으로 하면 남들보다 앞서갈 수 없다"며 식약처(당시 식약청)에 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결국 2012년 3월 '안정성이 확보된 경우'라는 애매한 문구를 넣고 개정에 대한 특별한 의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가세포치료제의 연구자 임상시험 자료 또는 전문학회지에 게재된 자료'를 상업 임상의 안정성 자료로 갈음해주었다. 의학적, 윤리적 기준 하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변경해야 할 이러한 중대한 문제가 정치적 입김에 의해 이처럼 간단히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 내용은 더욱 문제다. 연구자 임상의 경우 말 그대로 '순수한 연구로서 시험적인 관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시판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 임상에 비해 임상시험 대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2014년도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 공모에서 연구자 임상을 '소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인체내 안전성 및 치료효능을 검증하게 하여 실용화를 촉진'하는 작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환자들에게 곧장 적용하게 될 상업 임상에 연구자 임상의 결과를 함부로 눙쳐 적용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황우석과 오보카타 하루코 논문 조작에서 보았듯, 최고의 학술지로 불리는 <사이언스>와 <네이처>도 이른바 '학술논문'에 속아 넘어가는 마당에 전문학회지에 실렸다고 안전성 평가를 마친 것으로 갈음해준다는 발상은 가히 놀랍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자가유래 줄기세포 치료제에만 해당하는 규정을 '눈 딱 감고 화끈하게'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자가유래 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자기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증식해서 자기 몸에 넣는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 윤리적으로 그나마 문제가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서 추출한 동종유래 줄기세포와 동물에게서 추출한 이종유래 줄기세포에 적용할 경우 그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에 대해 세계적 기준에 준거한 그 어떤 객관적인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안전성이 확보된" 치료제만 허가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숨은 '신의 한 수'언론에 따르면, 한 달 반 전인 7월 박근혜 정부가 '줄기세포·재생의료 치료기술 개발 전략로드맵(TRM)'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소라 GSRAC 센터장(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식약처가 줄기세포 치료제 제품에 대해 허가를 내줬던 것은 "사실 '기준'에 맞아서 이지(허가를 내준 것이지, 세계적 기준대로) 5~10년 관찰 뒤 허가를 받아야 했다면,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또 그는 또 "줄기세포는 오랜기간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 등 제약이 많다"면서 "이는 곧 상품화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이 인허가를 잘 안 하는 이유는 명확한 기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허가 기준의 차이에 대해 상당히 솔직하게 언급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아래 가장 주목 받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자도 인정하는 사실을 식약처와 바이오산업계만 아니라며 항변을 늘어놓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강기신 실장은 "우리나라는 오히려 규제가 강하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그렇게 강력한 규제를 통과한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왜 미국 FDA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일까?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왜 다른 나라로 수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부의 말처럼 신성장동력답게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와야 할 텐데 말이다.
바이오업계는 대한민국 국민들만 대상으로 장사하지 말고 스스로의 말처럼 "세계적인 기준에 맞는 대한민국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기업답게 외국의 허가라도 좀 따와서 <네이처>에 조롱당하는 대한민국 식약처의 위상을 높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