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일베 회원들과 시민들이 피자와 치킨을 먹고 있다.
이희훈
"폭식투쟁이 잘못됐다고 성찰할 수 있는 20대 우파 청년들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일베 내) 20대들은 아직 자정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기이하고 기묘하다. 분명 인터넷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게시물은 하나인데, 해석이 이리도 다를 수가. 11일 오전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성찰'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다수 일베 회원들은 '폭식투쟁'으로 일컬어진 광화문 광장 출몰을 두고 '9·6 광화문대첩'이라며 의기양양한 투로 일관하는 중이다. 더욱이 문제적인 것은 일베를 두고 '우파'라 규정하는 하태경 의원의 시각차다.
설령 우파라 해도,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뜯고, 그 반대편 동아일보사 앞에서 유가족들을 '유족충'들이라 조롱하는 그들을 옹호하고 싶었을까. 일베 회원들 역시 유권자고 표를 줄 수 있는 잠재적 지지자라서? 하태경 의원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들어봐도 달라질 건 없다.
하태경 "일베, 세련되고 교양 있었으면 많은 국민 지지했을 것" "좀 유치하고 졸렬하죠. 이런 게 사실 지금 세월호 정국을 무리하게 이끌어가는 광화문 단식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고, 여기에는 충분히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 항의하는 방법이 조금 더 세련되고 교양이 있었으면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했을 텐데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 것 같아요."요약하자면, 일베 회원들의 항의는 이해가지만 그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 정도 되겠다. 만약 일베도 세련되고 교양 있는 행태를 보였다면 "많은" 국민들이 지지했을 거라니, 여당 국회의원의 일베에 대한 인식이 저런 수준이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그간 일베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과 비교하며 일베를 진보 진영의 대항마로 대립시키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아 왔다. 이날 방송에서도 역시 "일베는 이석기 RO처럼 어떤 조직이 아니고, 아고라처럼 이제 논의 공간"이라며 일베의 성격을 다음 '아고라'나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수준과 동일시했다. 헌데 '아고라'나 '오늘의 유머'에서 과연 여대생 강간을 모의하고, 어버이연합 시위 반대 투쟁에 나섰던가?
"실제로 일베 회원들의 상당히 사회일탈적인, 어떻게 보면 반인류적인 행태가 나타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회지도층, 언론에서 좀 정확히 비판할 건 비판해주고 이 친구들이 좀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사실 많이 소홀했죠. 그런 부분은 보수언론이나 그리고 우리 새누리당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이 반성을 해야될 거라고 봅니다."사실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이나 정부여당의 멘탈이 은연중에 드러난 지점은 바로 이 발언이다. "반인류적 행태"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같은)사회지도층과 ('조중동'과 같은) 언론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게 해줘야 한다, 이들은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유권자들이다, 정도로 갈무리해도 무방해 보인다. 일베 회원들이 조금만 더 세련되게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난달까.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것은 일베를 향한 하태경 의원의 오락가락하는 발언들이다.
"세월호 국면에서 김영오 등 극소수 유족들이 헌법 짓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