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전하는 추석민심조선일보가 지역구 민심을 청취한 국회의원들로부터 전해들은 추석민심을 종합하였다. <조선일보> 9월 10일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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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에 진정으로 애도하던 많은 사람이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진저리를 치는 지경에 이른 것은 비극이다… 그런데도 세월호 사고에 무슨 정치 음모나 있는 듯이 전제하고서 특별법에 도저히 수용될 수 없는 내용을 넣으려고 요구하다 국민적 애도가 국민적 반감으로 바뀔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 <조선일보> 9월 10일자 사설 '세월호에 진저리 치고, 국회는 해산하라는 추석민심' 중
다른 언론처럼 <조선일보>도 9월 10일자 스케치기사를 통해 '추석 민심'을 전하고 있다. 이 신문의 정치권 비난 강도는 다른 언론에 비해 두드러질 정도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도 '국민적 애도가 국민적 반감'으로 바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제목도 다른 언론에 비해 세다. 세월호에 '진저리'치고, 국회는 '해산'하라는 것이 추석 민심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에 진저리치고 있다는 <조선>이 '사설'을 통해 전하는 추석민심에는 뭔가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존재한다. 굳이 다른 언론의 추석민심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이날 이 신문은 사설이 아닌 '의원들이 전하는 추석민심'이라는 스케치기사를 6면에 게재했다. 사설을 보면 해당 스케치기사 속 의원들 발언이 사설에서 그대로 인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대목은 스케치기사의 느낌과 사설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스케치기사는 나름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데 '세월호 진저리, 국회해산' 등 표현을 사용한 사설에서는 그 강도가 다르며, 야당에 대한 일방의 비판이 느껴진다. 과연 그것이 추석민심이 맞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한 <조선>의 추석민심이날 <조선>의 스케치기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반적 추석민심, 세월호 관련 추석민심, 그리고 야당의 장외투쟁에 관한 추석민심이 그것이다. 그런데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인데 이 신문에 등장하는 라인업 인원이 비슷하지 않다. 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전반적 추석민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는 새누리당 의원 3명, 새정치 의원 2명이 등장한다. '세월호 관련 추석민심' 항목에서는 새누리당 3명, 새정치 1명, 새정치 소속 익명 1명이 등장한다. 마지막 '야당의 장외투쟁 '관련해서는 새정치 1명, 새정치 익명 의원 2명이 등장한다.
'전반적 추석민심' 부분은 다른 언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의원들은 '세월호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전했다. <조선>이 피로감 앞에 '극도의'라는 수식어를 넣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고 할까.
'세월호 관련 추석민심' 부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이어진다. 야당 의원은 비교적 평범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예컨대 새정치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이 포용력을 발휘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도는 상당하다. 정용기(대전 대덕)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은 나에게 '이제 그만'이라고 하더라, 표현 강도가 세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명연 의원(경기 안산 단원)은 "이제 피로감 수준에서 불만으로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이노근 (서울 노원) 의원은 "야당과 유가족에게 더 이상 끌려 다니지 말고 세월호특별법을 빨리 마무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야당의 장외투쟁' 관련해서는 등장인물부터 범상치 않다. 새정치 소속 1명, 소속미상 경기도 중진의원 1명, 호남 지역 한 의원 1명 이렇게 총 3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발언의 강도는 신원 미상 정도가 강할수록 세진다. 먼저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속미상 경기도 중진의원이 등장해 "천막치고 농성이나 하려면 지역구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하더라"고 지역주민들의 불편한 감정을 전했고 마지막 호남지역 한 의원이 등장해 "이렇게 하면 절대 야당이 정권 못 잡는다고 하더라"고 야당의 행위가 매우 잘못됐음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누가 세월호 '진저리' 여론을 전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