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가에서 페리를 기다리며킬링필드가 자행된 땅, 캄보디아에도 메콩강은 흐른다. 그러나 메콩강은 말이 없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이 아니다. 모가지가 너무 길어서 아름다운 기린이다. 키가 제일 큰 동물, 네 발은 땅(현실)에 있고, 머리는 하늘(이상)에 있다. 메콩강가에서 페리를 기다리면서.
강기석
나이 육십에서 한 살이나 두 살 쯤 빠지는 나이가 되면, 아직 늙지 않았다고 뻗댈 수는 있어도 뭔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에는 망설임이 앞서게 마련이다. 악기를 배운다거나 운동같은 취미생활을 가볍게 시작할 수는 있어도, 어디 좀 낯설고 물선 곳에 장기여행을 계획하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겁이 많아질 뿐 아니라 우선 몸이 뻑뻑해져서 잘 말을 듣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그런 나이'의 그가 느닷없이 아주 먼 나라의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장기간 자원봉사해야겠다고 결심한 자체가 범상치 않다. 하물며 그런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기가 살아 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좀 더 보람있는 제2의 인생까지 모색하려 했다니 더 기가 막힌다. 이백만의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 준 것>들이란 책은 그런 범상치 않은 경험을 스스로 찾아 겪은, 한 육체적 '예비노인'이되 정신적 '예비청년'의 인생고백서다.
책이란 것이 그럴만한 어떤 위치에 있거나 자격있는 인물이 가치있는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전해주는 미디어라 말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전혀 자기의 경험에 대한 과장과 허세없이, 오히려 자꾸 밑으로만 내려가려는 겸손함 속에서 7개월 동안 캄보디아의 장애인자활센터 혹은 수도원 등에서 겪은 일들, 캄보디아를 이곳 저곳 둘러 본 일들, 그리고 그곳에서 사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아름 엮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