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패션업체 '오프닝 세리머니'와 함께 만든 스마트 팔찌 '미카'
인텔
스마트워치는 '스마트 기기'일까, '시계'일까. 지난 5일(아래 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 'IFA2014'에서 삼성과 LG간에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이영희 삼성전자 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스마트워치 '기어S'를 소개하면서 "(스마트워치는) 시계가 아닌 스마트기기"라고 하자, LG전자 관계자가 "스마트 기기보다 '리얼 워치'(진짜 시계)"라고 반박한 것이다.
'진짜 시계' 닮아가는 스마트워치... 웨어러블은 '패션 아이템'
실제 LG가 최근 선보인 'G워치R'은 진짜 손목시계에 가깝다. 사각형에서 벗어나 처음 원형 액정화면을 채택했고 금속 몸체에 천연 가죽 스트랩까지 달았지만 무게는 63g으로 플라스틱 제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 또 시계처럼 늘 화면이 켜져 있어 언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모바일 커뮤니티 '세티즌'에서 회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77%가 기어S 대신 G워치R을 선택했다. 스위스 브랜드 '스와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덕에 자체 통신 기능까지 갖춘 '기어S'를 크게 앞선 것이다.
오는 9일 미국 쿠퍼티노에서 열리는 애플 행사에서 새 아이폰과 함께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워치(가칭)'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사실 '디자인'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아마 애플 스마트워치 발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애플 전문 매체 <9투5맥>은 3일 애플 디자인 책임자 조너선 아이브가 '스위스 시계'를 겨냥해 "스위스는 이제 큰일났다(Switzerland is in trouble)"고 큰소리쳤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도 4일 애플이 건강과 운동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휘어진 화면에 무선 충전이 가능한 두 가지 크기의 스마트워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두 가지 크기'라는 말에 누리꾼 사이엔 애플이 남성용과 여성용 시계를 따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렇듯 '애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는 여성이 차고 다니기엔 부담스러운 지금까지 스마트워치에 대한 반감도 섞여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CCS인사이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이 970만 대에 달했고, 올해 2200만 대를 기록한 뒤 2018년에는 1억 3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웨어러블 시장도 스마트폰처럼 애플이나 삼성 같이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에서 길 찾아야'라는 보고서에서 웨어러블은 다양한 패션 아이템 속에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소품종 대량생산'인 기존 글로벌 IT 기업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 안경, 옷처럼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을 고를 때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에 쏠리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
IT평론가 안병도씨도 지난달 25일 디지에코 보고서에서 스마트워치가 처한 문제점으로 디자인과 기능성, 배터리 등 3가지를 꼽으면서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워치는 IT 제품 특성을 강조한 나머지 품격을 중시하는 일반인 눈으로 보면 마니아틱하고 번쩍거리는 장난감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면서 "패션이란 측면에서 볼 때 IT제품이라는 점을 잊고 자연스럽게 옷이나 가방 디자인과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