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사실조사와 재발방지에 입각해야

[주장] 새누리당, 자신의 추천위원 몫 과감하게 포기해야

등록 2014.09.05 15:47수정 2014.09.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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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에 이어 19일, 여야는「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합의했다. 제1차 합의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와 유가족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제2차 합의는 유가족의 반대로 새정치연합이 추인하지 못하고 있다. 둘 다 이유는 진실규명의 한계이다. 새누리당은 두 번째 합의안을 두고, 실정법의 근간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푼 것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유가족은 여야가 합의한 특검 추천권으로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기준은 사실조사와 재발방지이다. 여야 합의안이 이 기준에 부합되는지 살펴보고, 여론이라는 힘을 어느 한편에 실어주어야 한다.

제1차 합의안을 보면 '세월호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 각 2명, 유가족이 3명을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대신 「상설특검법」을 활용하기로 하고, 특검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특검은 법무부 차관, 대법원 행정부처 차장, 대한변협 협회장, 국회추천 4인으로 구성되는 특검추천위원회에서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인을 선택한다. 제2차 합의안을 보면 새누리당 몫 특검추천위원 2인은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진상조사위 구성은 제1차 합의안과 동일하다.

새누리당은 현존 구조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어 보인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법체계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즉 '형사법상 자력구제 금지 원칙'(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수사·기소할 수 없다는 원칙)에 반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상설특검법」의 틀에서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유가족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정부여당에게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상설특검법」에 따라 임명되는 특검도 무용지물로 판단한다. 조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 진상조사위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자신의 몫 특검위원 2인의 추천권을 포기하는 특검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진상규명의 관점에서 보면, 새누리당의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 조사 대상이 20년 이상 된 선박을 운행 가능하게 한 '정부', 불법증개축을 묵인한 정부의 선급(船級) 위임기관인 '한국선급', 부실한 검사와 점검으로 일관한 해수부 위임기관인 '한국해운조합', 안개에도 불구하고 출항허가를 내주고 소극적 구조로 일관한 '해양경찰'이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가 이들을 상대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까? 특검도 마찬가지이다. 추천위원 7인 중 야당 몫은 2명뿐이다. 제2차 합의안대로 여당이 유가족과 야당의 동의를 얻어 추천위원 2명을 선정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정부여당 성향의 당연직 2인+여당 추천 2인(대한변협 추천 1인은 중립)이 우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월호특별법」제정에서 새누리당이 상당부분 물러서야 한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현존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도 분명치 않다. 여야 간 합의를 고수해야 한다면, 협상과 합의의 반복을 통한 정치발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새로운 사실의 출현과 각자의 입장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정치다. 다음으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형사법체계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1948년 10월 12일 국회 산하에 설치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시 동 위원회 산하에는 특별재판부, 특별검찰부, 특별경찰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최선은 진상조사위에 검찰부와 경찰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합의안에 명시된 조사위원은 15명이다. 최선대로라면 적절한 규모이다. 그러나 검찰부와 경찰부를 설치하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만큼 조사위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 차선은 특검이다. 그러나 제2차 합의안은 특별법의 목적달성과 거리가 있다.

추천위원 7인 중 당연직인 법무부 차관과 대법원 행정부처 차장은 친정부성향이고 대한변협은 중립이다. 새누리당 몫 2인이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도, 새누리당 성향임에는 변함이 없다. 대한변협 몫 1인이 유가족 편에 선다 해도  4:3이 되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원하는 특검이 임명될 수밖에 없다. 특검으로 진실에 근접하고자 한다면, 새누리당이 자신의 추천위원 몫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세월호참사 #세월호특별법 #세월호기소권 #세월호특검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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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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