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세월호유가족들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세월호특별법제정촉구 서명지 135만여명 분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이희훈
질문)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면 위헌적 수사기구가 새롭게 창설된다"라고 주장한다. 사실인가? 답변) '비약'이다. 일단 헌법에서는 기소권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행 형사소송법 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는 '국가소추주의'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청원한 특별법 내용을 보면, 검사의 지위를 부여할 상임위원의 자격을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또 수사·기소권 행사를 현행 형사소송법 등을 준용토록 했다. 이는 지난 15년 간 11차례 시행했던 특검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15년 간 실시했던 특검은 모두 '위헌적 수사기구'인 셈이다. 수사권도 마찬가지다. 수사권은 '특별사법경찰관리' 제도에 따라 이미 50여 개 관련 국가기관 공무원에게 부여돼 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요구대로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면 사실상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게 된다'라며 '자력구제 금지원칙'을 위배한다고도 주장한다. 즉 유가족이 사법체계를 뛰어넘어 '복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사기관에서 수사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는 법률에 의해 설치되는 국가기구다. 수사·기소권은 유가족이 아니라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되는 것이다. 기소 이후 법률 내용도 법원에서 판단한다. 즉 유가족이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구조가 아니다.
다만 수사·기소권을 부여받은 진상조사위원회가 사실상 특검으로서 역할하면서 지난 3월 제정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상충될 가능성은 있다. 이에 유가족을 돕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진상조사위는 기존 특검(임명 및 활동)과 많이 다르지만 취지는 비슷하다"라면서 "유가족의 요구대로 특별법을 만들면 굳이 상설특검법을 (연계)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즉, 세월호 참사에만큼은 '예외'를 인정해 상설특검법의 '굴레'를 벗어나서 접근하자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이것 역시 반대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선례'로 삼으면 또 다른 '예외'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유석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3일 <중앙일보>에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고글을 통해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질문)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유가족이 주도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사실인가?답변) 여야 원내대표의 1차 특별법 합의안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는 여(5)·야(5)·대법원장(2)·대한변호사협회장(2)·유가족(3) 등 총 17명으로 구성된다. 새누리당은 야당 몫 5명, 유가족 몫 3명,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인 대한변협회장 몫 2명 등 총 10명을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으로 보고 있다. 유가족이 충분히 진상조사위를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1차 합의 당시 진상조사위 구성비 확보를 '성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율'은 살얼음판과 같다. 일단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들을 제외한 43명의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단원고 유가족과 동등하게 진상조사위원 구성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유가족 몫 상임위원 3명 중 각각 1명씩 단원고 측과 일반인 측이 추천하고 나머지 1명도 양쪽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인사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사·기소권'을 주장하는 단원고 유가족 측과 달리 여야 원내대표의 재합의안을 지지하고 있다.
또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할 상임위원 2명도 온전히 '유가족 편'이라 보기 힘들다. 정재헌 전 회장 등 전임 변협회장 7명은 지난 1일 '현 집행부의 편향성'을 문제삼으며 항의 방문했다. 이런 변협의 내부사정을 고려하면 향후 변협회장 몫 상임위원 2명 역시 유가족 편에서 전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7 대 10의 구도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질문) 여야는 진상조사위 활동과 더불어, 필요할 경우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수사를 가능토록 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이 가능하지 않겠나? 답변)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대통령은 법무부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협회장·국회 추천 4명(여야 각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서면으로 추천한 2명의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하게 돼 있다.
유가족은 '특검후보추천위'라는 단계를 거치는 것만으로 향후 특검수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책위는 지난 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정부·여당 그리고 청와대 등 정치권도 조사나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그렇기에 이들의 영향을 덜 받는 방식을 통해 수사·기소권을 행사할 사람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법무부차관·법원행정처 차장·여당 몫 추천위원 2명 등 정부·여당 측 인사가 특검후보추천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여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유가족들은 특검 활동 기간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여야는 특검 활동기간을 준비기간을 제외한 90일로 두고,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즉, 180일 동안 수사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가진 복잡함이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의 광범위함에 비춰보면 180일 동안의 수사만으로 모든 의혹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문제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