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개선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그러나 단 1년 만에 교육부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기준에 미달하는 8곳의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결과를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반려'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관련 기사 :
조희연 "제 모교도 자사고 취소...장관 만나겠다")
자사고의 저승사자에서 수호천사로 돌변한 교육부자사고의 면접선발권까지 박탈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교육부가 어느새 자사고 지킴이가 되어 진보교육감 발목잡기에 혈안이 됐다. 체통도 위신도 다 집어던진 듯한 모양새가 교육부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겁지 않을까? 한 나라의 교육부라면 진영논리와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저하게 교육적 안목에서 교육의 논리로 교육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처럼 추태에 가까운 교육 행정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지만 S극에서 N극으로 180도 돌변한 것은 과하다. 이러한 변화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학생들 보기 창피하고 부끄럽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운영 성과 종합평가를 한 결과 올해 평가 대상 14개 학교 중 8개 학교가 기준 점수인 70점(100점 만점)에 미달해,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학교에 통보한 뒤 4일 해당학교 이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난 1일 밝혔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나머지 6개 학교에 대해서도 2016년 신입생 모집 때부터 성적 제한 없이 모두 추첨 방식으로 선발토록 할 방침"이라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교육부는 즉각 서울시교육청의 종합평가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또 '장관 사전 동의 시행령 입법 예고'라는 무리수까지 두었고, 더 나아가 성적제한 없이 100%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전형방법에 대해서도 재량권 남용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거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알면서도 '꼼수' 행정을 하는 교육부그러나 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실에 의하면, 지난 2010년 6월 29일 만들어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 3은 "자사고는 5년 이내로 지정·운영하고, 시·도 규칙으로 연장 여부를 정한다"고 규정한다. 자사고의 연장 여부는 분명 교육감의 소관사항이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1년 6월 7일 이 조항은 '연장 여부'라는 말이 삭제됐다. 대신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바뀌었으며, 현재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자사고를 취소할 때는 미리 장관과 협의한다"는 조항을 추가로 넣었다. 이 정도면 행정부의 입법 권한을 남용한 '꼼수' 행정이요, 더 나아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주호 전 장관은 진보교육감 발목 잡는 일에 주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교육부가 지난 4년간 시·도 교육청에 내린 명령 등 처분은 모두 21건이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안전행정부의 명령은 0건이다.
지방자치를 인정하고 존중했던 안행부와 달리 교육 자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육부의 인식과 태도가 엿보인다. 교육 자치를 식민지화해서 손에 넣고 통제하려는 의도라 의심할 만하다. 작금의 교육부 행태를 보면 당시의 '진보 교육감 발목잡기'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만 같다.
문용린 전 교육감이 이중 삼중의 표적감사, 흠집 내기 평가 등으로 혁신학교를 탄압할 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던 교육부다. 조희연 교육감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사고 일부를 지정 취소하겠다고 나서니, 이번에는 법을 바꿔서라도 자사고 지정 취소를 막겠다고 한다.
실제로 교육부는 자사고를 지정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협의'에서, '동의'를 받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꾸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그러나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 현행법대로 하면 자사고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교육부 장관의 권한이 확실하다면 왜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하겠는가? 교육부가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자승자박, 모순을 저지르고 말았다.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교육자치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자사고 취소가 국가사무라면 기존 시행령에 위배되는 것이고, 지방사무라면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는 지난 2일, 자사고의 입시전형 방식을 2015학년도 '추첨+면접'에서 2016학년도부터 '100% 추첨'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교육청의 방안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100% 추첨을 통한 신입생 선발 방식은 지난해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하나로 도입 추진했던 것이다. 당시 "우수학생 선발권을 없애는 것은 자사고를 고사시키는 것"이라는 자사고 측의 반발에 밀려 시행되지 못한 바 있다.
교육부가 나서서 추진했다가 이루지 못한 내용을 교육감이 해주겠다면 오히려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은가. 그러지는 못할망정 비신사적, 비교육적 대응으로 선발 방식 변경의 장애물, 걸림돌 역할을 하는 교육부가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