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씨와 아버지 어머니세탁소 일은 주 6일, 아침 8시 반부터 밤 9시까지 근무.
아프면 큰일이다. 그래서 세탁협동조합을 꿈꾼다.
매거진군산 진정석
'드라이 데이' 김형석 대표는 지금도 아버지한테서 세탁 기술을 배우고 있다. 전날 받아온 세탁물들을 아버지 가게로 갖고 간다. 아침 8시 반에서 오후 5~6시까지, 아버지와 둘이서 세탁 일을 한다. 그동안 그의 가게는 어머니와 알바가 번갈아가며 봐준다. 그는 저녁에 다시 자신의 가게로 와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세탁물을 배달하고 수거한다.
그는 2년 동안 세탁을 배우면서 일했지만, 실수도 서너 번 했다. 옷을 받은 고객의 마음이 상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 괴로웠다. 한 번은 세탁한 운동화에 색 번짐이 일어나서 물어낸 적도 있다. 지금은 이상이 생길 것 같은 세탁물은 표시를 하고 사진도 찍어둔다. 6개월째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걱정이 있다.
"아버지랑 저랑 둘이 일하잖아요. 한 명이라도 아프면 큰 일 나요. 아버지는 지금 위에 용종이 있어요. 수술할 단계는 아니라서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 하러 병원에 가시거든요. 그러면 제가 이틀 동안 혼자 일해요. 그때 생전 처음 보는 소재의 옷이 오면 당황스러워요. 가게는 알바를 쓰면 되는데 세탁 일은 대체가 안 돼요. 기술자가 해야 하니까요."김형석 대표의 꿈은 세탁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조합원들이 모여서 세탁 일을 한다면, 삶의 질은 보장될 거라고 본다. 음하하핫, 주 5일 근무도 가능하다. 아프면, 미안해하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과 후배들이 같이 하자며 뜻을 모았다. 금방이라도 만들어질 것 같던 협동조합은 올해는 실패! 내년에는 되겠지.
세탁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기계가 들어갈 수 있는 공장을 마련해야 한다. 공장 안에서 조합원들은 세탁이나 다림질하고 옷을 관리한다. 조합원들이 각자 운영하던 '런던 세탁소' 같은 가게들은 세탁 협동조합 드라이 데이 1호점, 2호점, 3호점으로 바뀌겠지. 평생 동안 주 6일 근무를 해 온 조합원들은 평일에 휴가를 쓰는 대자유까지 누리게 될 테고.
김형석 대표는 세탁 협동조합을 만들고 나서는 경영 공부를 해보고 싶다. 조합의 규모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지만 조합원들에게 힘이 실릴 터이다. 그러나 같이 협동조합 하려는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나 삼촌 연배들, 젊은 나이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경영학은 공부 체질이 아닌 그가 해야 한다. 연애는 더 절실하다.
평생 가게에 매여서 제주도 여행도 못해본 부모님 생각하면..."연애를 한다는 건 시간이 있다는 거잖아요. 꿈의 주 5일 근무, 기대가 돼요. 가끔씩 소개팅을 하거든요. 근데 여자들한테 제 직업을 말하면, 편견이 있어요.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더라고요. '젊은 나이에 왜 세탁을 해요? 다른 것도 할 수 있는데?' 그러거든요. 저는 세탁 일이 좋아요. 요리사나 바리스타처럼 자기 기술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잖아요."그는 아버지한테 일을 배우면서 섬세해졌다. 부모님이 살아온 삶의 결도 볼 줄 안다. 평생을 가게에 매여서 그 흔한 제주도 여행도 못 해 본 부모님. 그는 날마다 1만 원씩 1년을 모았다. 그러나 부모님은 사나흘이나 세탁소 문을 닫고 놀러 가는 것을 저어했다. 할 수 없이 그는 아버지가 1년 동안 세탁소에서 쓸 비닐, 옷걸이, 세제, 기름을 사드렸다.
뭔가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세탁 청년.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기도 깔끔하게 하고 싶다. 달력을 보면서 날짜 계산을 했다. 내년 설날, 형석씨 부모님은 기술자 아들을 둔 덕을 볼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다니고 있을 것이다.
나는 궁금했다. SNS에 "양 많은 걸로 양껏 먹고 오자"며 음식 사진을 올리는 '소년 감성'을 가진 김형석 대표. 그는 왜 아버지한테 독립부터 했을까.
"제 가게가 있어야 책임을 지고 알아서 할 거잖아요. 안 그러면, 계속 아버지한테 의지하면서 일하고 있었을 거예요. 6개월 배우고 독립했는데 하기를 잘 했어요. 일도 재밌고, 꿈도 생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