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10명' 조끼 입은 유가족들수사권·기소권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청와대앞에서 밤샘노숙중인 유가족들의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8.30 국민대회'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실종자 10명의 사진이 붙은 조끼를 입고 있다. 이 조끼는 시민들이 진도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도보행진을 하며 입었던 것으로 이날 국민대회에서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권우성
지난 7월 9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국민대책회의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아래 '4·16특별법안'이라 함)을 마련하여 국회에 입법청원하였다. 법안에 따르면, 특별위원회는 3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된다.
제1소위원회는 진실규명을 담당한다. 일정 경력이 있는 변호사가 제1소위 상임위원으로서 특별검사의 권한을 가지고 수사와 기소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제2소위원회는 안전사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건강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제시한다. 제3소위원회는 피해자의 치유와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4·16특별법안의 내용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당연하게도 철저하게 그 진상을 밝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에 기초하여 안전한 사회를 위한 개혁과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자체가 정의의 실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교통사고'라고 말한다.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때마다 정확한 진실규명 없이 몇몇 하급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적당히 보상금만 지급하면 그만이라는 심보이다. '세월호=교통사고'라는 말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정부의 무능함과 기업의 탐욕을 시민들이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정치공작 언어이다.
4·16특별법이 '특별'한 이유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각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무능과 병폐 그리고 기업의 탐욕이 대형참사를 발생시켰다는 것을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런 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사회개혁을 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모아진 것이 바로 4·16특별법이다. 그러니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시민의 힘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점검해 보자.
[과제①] 자본의 이윤추구에 갇힌 '안전'을 구출하자세월호 참사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의 논리를 앞세운 자본의 탐욕과 정치권력의 야합이 빚어낸 참담한 재앙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장은 두 말 할 것 없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 써야 할 돈을 줄이고 각종 친기업적인 규제완화 및 민영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자본의 이윤추구를 조장해 왔다.
기업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비생산적인 비용으로 간주하면서 기업의 이윤추구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안전비용을 줄인다. 안전업무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은 감축되고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우리의 일상생활과 일터 곳곳에서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은 기업의 비용절감, 경영효율화 등의 명분으로 방치되고 누적되어 왔다. 이렇게 축적된 위험이 결국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안전사고로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세월호 참사는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첫째, 안전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 1993년에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었다. 그 핵심은 기업의 안전업무에 관련된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가스, 유독물 등 안전보건 관리자의 법정 의무고용을 완화하고,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여 기업들은 기계설비의 정비·보수를 비롯한 안전관리 인력을 감축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대폭적으로 외주화하고 있다.
기업의 비용절감 논리에 따른 안전 인력의 감축과 안전관리 업무의 외주화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심각하게 증폭시킨다.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하청업체들은 단가 후려치기라든가 최적가낙찰제 등으로 근본적인 비용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안전관리 업무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철도공사의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외주 회사인 코레일테크는 90%의 인력이 비정규직이다. 간접고용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할 수밖에 없고 이직율도 높기 때문에 정비 업무의 전문성과 경험이 제대로 담보될 리 없다. 게다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와의 관계에서 철저한 갑을 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설비교체나 근본적인 보강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원청업체에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없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은 이렇게 축적되고 있다.
둘째, 정부가 안전관리·감독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객선에 대한 선원 안전교육과 여객선 입·출항 시 안전 점검 등을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은 선주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한국해운조합이 운항관리자를 선임하여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지도·감독한다.
여객선 선주 회사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하는 해운조합이 선사들을 상대로 안전관리를 한다는 것이니 이보다 더 우스운 민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그 덕분에 세월호는 아무렇지 않게 화물 과적을 일삼을 수 있었다. 사고 당일 세월호 출항보고서에는 차량 대수 등 화물의 적재 내용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