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수도 루사카모습. 말라위보다 잘사는 느낌이 들었다
오문수
출입국 절차를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따라오란다. 요금 흥정을 마친 후 택시문을 열자 택시를 안내한 그 친구가 앞자리에 앉아서 같이 가잔다. 우리나라 택시보다 조그만 택시라 배낭까지 멘 일행이 앉기도 부족한 공간에 말 한마디 해줬다고 공짜택시를, 그것도 조수석에 앉은 녀석의 넉살이란! 자리가 없으니 내려달라고 살살 달래서 다음 목적지인 치파타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관리인들은 버스가 금방 떠났으니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 버스를 타고 갈 것을 권한다. 난감하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까지 가서 1박을 해야 예정된 날짜에 돌아올 수 있는데 이곳에서 자야 하다니. 때마침 택시 운전사가 다가와 루사카까지 택시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택시를 보니 형편없었다. "도중에 고장이라도 나면 야생동물이 돌아다닐 들판에서 난감할텐데 어쩌지?"하고 고민하다가 상태가 제일 나은 차를 선택해 흥정에 들어갔다. 20여 분간의 흥정을 거쳐 빅토리아 폭포까지 다녀오는 데 600달러에 합의를 봤다.
하지만 차주가 못 미더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일행 신분을 밝히고 내 명함을 주었다. "못 믿겠으면 메일주소와 전화번호가 있으니 무슨 일 생기면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내 신분을 확인하라"고 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명함을 받아서 좋다"고 허락했다.
지금 생각하면 택시 타기를 정말 잘했다. 길도 모르지, 말도 잘 통하지 않지. 게다가 운전사 '아이사'는 담배를 피우는 게 흠이지만 영어도 제법 잘한다. 치파타에서 잠비아 수도 루사카까지는 600㎞ 떨어져 있다.
모든 출발 준비를 마친 일행이 치파타를 떠난 시간은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시작될 무렵인 오후 5시 30분. "열악한 도로 환경인 이곳에서 연료가 떨어지면 큰일난다"며 기름을 가득 채우고 루사카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