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여수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손석춘 교수 초청 강의 모습
오문수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전남 여수시 학동 청소년수련관에서는 '한국시민사회운동의 현황과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회가 열렸다. 전 한겨레 논설위원이자 현재는 건국대학교 교수인 손석춘씨가 강단에 올랐다. 청소년수련관에는 약 7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참석했다.
손 교수를 초청한 단체는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여수고교연합동아리 'NGO저널'이다. 초청단체가 고교연합동아리여서인지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많이 참석했다. 뒷좌석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손 교수의 열강에 귀를 기울였다.
이현종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여수지역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초청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성찰이 필요해...전국언론노조 정책기획실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손 교수가 강의를 시작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한국처럼 좋은 나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단된 한국과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나라,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 자살율과 노동시간도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나라라는 시각도 있어요. 어느 쪽이 옳은 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어요." "군부독재시절 영부인역할을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나라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는 지적에 청중들이 침을 삼켰다. 손 교수는 "두 가지 시각을 다 무시할 수는 없다"며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GNP가 2만 달러가 넘고 실제구매력은 3만 달러가 넘지만 전체 GNP이기 때문에 통계수치에 함정이 있다"는 그는 "분배문제를 생각해보면 부익부빈익빈의 허구성이 금방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손교수는 ▲ 출산율 198위 ▲ 자살율 1위 ▲ 노동시간 2위 ▲ 비정규직 수 1위 ▲ 자영업인구 1위 ▲ 음주량 1위 등 여러 통계를 제시했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명시하는 지표들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 의미하는 것은 생명의 탄생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덧붙인 손 교수는 한국인들이 절망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한국은 학벌중심사회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명문 SKY대학을 가려고 기를 쓴다. 대학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격차가 한국처럼 큰 나라가 없기 때문에 좋은 대학을 가려고 밤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도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으로 쫒겨난다. 그러면 식당이나 커피 전문점같은 자영업에 뛰어든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6백만 명이 넘어 경쟁이 심하다.
전체 인구 4800만 명 중 노동인구가 1650만 명인데 이는 절대다수가 노동자 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어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자녀들 앞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준석 선장이 자기 혼자 세월호에서 탈출한 후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꺼내 말리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이게 바로 한국의 현실이고 비정규직의 현실이지만 가족이 있으니 그만 둘 수 없어서 그냥 산다고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