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무료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이재원
서명운동 장소와 양쪽으로 설치된 천막, 유가족 단식장으로 둘러싸인 널찍한 가운데 공간에는 앉을 수 있는 돗자리가 항상 펼쳐져 있다. 햇빛이 뜨거운 한 낮에는 차광막이 설치된다. 26일은 오후 5시부터 많은 비가 왔는데, 주최측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빠르게 비닐을 덧대어 비를 막았다. 비가 쏟아져도 이탈하는 인원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좁아진 좌석을 서로 양보하며 질서 정연하게 단식을 이어나갔다.
현장에 있다고 해서 계속 시위를 하거나 힘든 일정을 소화하지는 않는다. 단식장은 주변 차 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한 편이고, 단식 중인 시민들도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는다.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소부터 천막이 설치된 단식장과 이순신 동상을 지나 경찰 저지선이 있는 세종대왕 동상 앞까지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까지가 동조 단식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허락된 공간이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 있는 경찰들에게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는 근거를 물어봤지만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잠시 물러나서 노란 리본과 옷에 걸린 플래그를 제거하면 아무런 제지 없이 광화문 방향으로 통행이 가능하다. 세 방향으로는 바다 같이 넓은 왕복 12차선의 도로로 막혀있고, 북쪽으로는 적대심을 품은 사람으로 막혀있다. 분단국가인 지금의 대한민국과 닮아 있다. 마치 섬에 고립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동조 단식에 참여한다고 해서 꼭 광화문광장에서 24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식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접수처에 등록 후 원하는 시간만큼 참여하고 잠은 집으로 돌아가서 자도 된다. 공식적으로 접수 가능한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더 늦게도 가능하다. 다만, 돌아갈 때에는 받은 플래그를 반납해야 한다. 만약 다음날까지 단식을 하고 있다면, 다시 접수처에서 당일 날짜로 새로 등록을 하고 '국민 단식 2일차'로 '업그레이드'된 플래그를 받고 참여하면 된다.
현장에서 취침을 원할 경우, 접수처에 문의하면 모포나 담요 등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희망하는 시민이 많으면 모두에게 지급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개인 침낭을 챙겨올 것을 권하고 있었다. 나는 비가 온 26일에 현장에서 잠을 청했는데 혹시나 해서 가져온 침낭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내린 비 때문에 온도가 갑자기 내려간 탓도 있겠지만, 단식 중에는 건강관리에 특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때문에 개인 보온용품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