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대화
김문기씨가 학교경영에 복귀하게 된 것은 2010년 8월 사분위의 결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사분위는 9명으로 구성된 상지학원 이사진 중에서 4명의 이사 추천권을 김씨 쪽에 내줬다. 이후 학교구성원 추천 이사 1명이 김씨 편을 들었고, 지난 3월에는 사분위가 김씨 쪽에 1명의 이사를 추가로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나머지 3명의 학교 구성원·교육부 추천 이사들은 김씨 쪽의 이사회 장악을 우려하며 사퇴했고, 김씨의 아들 김길남씨가 순조롭게 이사장에 올랐다. 이후 상지학원 이사회는 6월 이사의 연임 제한 조항을 폐지하고 이사장에게 인사권을 집중시키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7월에는 김문기씨를 이사에 선임했다. 결국 지난 14일 김씨가 총장에 선임됐다.
정대화 교수는 "사분위는 지난 7년간 비리 재단의 복귀 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 60~70개의 사립학교들이 분쟁을 겪었는데, 단 한 곳도 정상화되지 않았다"면서 "상지대 이사회에서 김씨 쪽 이사가 6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사분위 때문이다, 사분위가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와 정대화 교수의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상지대 사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1993년 이사장으로 재작하던 중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쫓겨난 김문기씨가 최근 상지대 총장에 취임했다."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93년 김문기씨가 퇴출된 이후 상지대는 민주사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사학 비리 주범인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복귀해 상지학원 이사에 이어 총장에 오른 것은 학교 시스템이 붕괴되고, 정의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불의가 브레이크 없이 날뛰고 있다."
- 김문기씨의 총장 취임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지난 20년간 김문기씨의 복귀를 도왔던 측근들도 김씨에게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 학교 발전을 위해 돈을 낸다거나 탕평인사를 하는 등 '쇼'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무시하고 총장에 취임했다. 최소한의 겸양도 없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하는데, 현재 김씨의 인격은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 상지학원 쪽은 정대화 교수에게 징계의결 요구 사유 통보서를 보내면서 징계를 예고했다."명예훼손, 업무방해, 겸직규정 위반이 그 사유다. 김길남씨가 이사장에 오른 직후인 지난 4월 여러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김씨 쪽을 비판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이사회에서 이사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반대한 것을 두고 업무방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사회는 지난 6월 이사장이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징계의 속뜻은 김문기씨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반대의 예봉을 꺾기 위한 것이다."
- 상지대 총동창회는 교수·직원들이 지난 10년간 업무추진비를 유흥비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총동창회를 '유령기구'라고 부른다. 동문회는 따로 있다. 총동창회는 김문기씨의 사조직이다. 교수들이 지난 10년 동안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 부적절하게 사용한 내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총동창회가 관련 의혹을 제기한 대상자들은 모두 김씨를 반대하는 인사들이다. 결국 김씨 쪽은 총동창회라는 조직을 통해 지난 10년의 상지대 민주화를 폄훼하고 김씨의 복귀를 정당화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 교육부는 최근 김문기씨에게 총장 사퇴를 권고하고, 김씨의 이사 취임 승인 신청을 반려하겠다고 밝혔다. "전향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지난 4년, 아니 지난 20여 년간 늘 비리 사학 편이었던 교육부가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특히,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005년 사학법 개정 논란 당시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사학을 옹호했던 당사자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니, 전체 사학의 이익을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사학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더 커지게 된 것을 우려하지 않았을까. 세월호 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사학 문제가 불거지면, 국정이 흔들릴 것이다."
- 김문기씨는 황우여 장관이 지난 8일 취임한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총장의 자리에 올랐다. "황우여 장관과 김문기씨 쪽 사이에 이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소통이 있었거나 김씨가 황 장관 취임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오판했을 수 있다. 어쨌든 이후 주요 보수 신문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교총까지 김문기씨 총장 취임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황우여 장관도 김 총장 취임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씨가 버티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만약 황우여 장관이 김씨의 버티기에 어쩔 수 없다고 두 손을 든다면, 무능을 통감하고 사퇴해야 한다."
"황우여-김문기, 반교육적인 거래 안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