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 뜻 따라...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합니다'"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성직자들이 25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는 성직자와 교인들의 모습.
유성애
체감온도 31.8도, 습도 60%.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26일 오후 2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사제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신부들과 노란리본을 단 수녀들이 앉아 눈을 감고 묵주기도를 드렸다. 수녀님들의 손목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기억팔찌가 걸려있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나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한국 사제 수도자 단식 기도회'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단식 40일을 넘겨 꺼져가는 생명(김영오씨)을 살리려는 절박함을 넘어, 우리의 내일을 위한 절체절명의 기도"라며 전날인 25일 오후 3시께 단식을 시작했다.
광장에 앉은 30여명의 사람들 앞에는 높다랗게 선 십자가와 함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란 말이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이들은 25일 600여명이 모여 함께 미사를 드렸고, 이 중 사제 3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잠을 잤다. 인근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광화문 농성장 등에서 '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노숙 중인 유족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다.
무엇이 교회 안 성직자들을 거리로까지 나오게 했을까. 26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최재철 신부(천주교 수원교구)는 "유가족들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정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밤새 경찰 버스에서 나는 공회전 소리와 차 소리, 먼지 등으로 한 숨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한 최 신부는, 이어 특별법 제정과 관련 "정부와 대통령이 자꾸 지키지도 않을 약속들을 하는데, (법 제정을 통해) 부디 약자들의 억울함이 풀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근본적 질문 던져...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찾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