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법무공단이 지난 2009년 8월 25일 수공에 제출한 법률검토 보고서.
구영식
이명박 정부가 법률 검토를 통해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놓고도 사업 참여를 밀어부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감자료('정부법무공단의 법률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2009년 8월 수공의 법률검토 의뢰에 "대행사업이 아닌 자체사업으로 4대강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검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같은 해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수공이 공사채를 발행해 8조 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09년 약 3조 원(29%)에 불과했던 수공의 부채규모는 지난해 약 14조 원(121%)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수공은 이러한 법률검토 보고서를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수차례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법률검토 내용의 일부만 공개해왔다.
한편 지난 2008년 2월 출범한 정부법무공단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위임받은 소송을 맡고 있고, 정부 정책사업의 법적 타당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국가로펌'이다.
법무공단, 변호사 3명 동원해 법률 검토했더니...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6월 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후 국토해양부는 댐과 홍수조절지, 하천 등 총 2조7715억 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수공에 위임했다. 수공이 '선투자'하면 정부가 사업 종료 후 사업비를 보전해주는 방식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비 보전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부자감세' 논란에 시달렸던 이명박 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수공에서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정부는 같은 해 9월 15일과 25일 각각 비상경제대책회의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잇달아 열고 수공이 8조 원의 자금을 직접 조달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다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수공은 2014년 8월 현재까지 총 8조 원의 공사채권을 발행했다.
정부가 이렇게 '수공의 직접 투자'를 확정하기 전에 국토해양부는 수공에 공문을 보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부를 수공의 자체사업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해 결과를 제출하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수공은 국가로펌인 정부법무공단 등에 관련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정부법무공단은 3명의 소속 변호사를 동원해 ▲ 현행 법령체계에서 4대강 사업 자체사업 시행 가능 여부 ▲ 자체사업 시행시 당연무효 여부 ▲ 국가의 자본금 추가 출자시 4대강 사업 시행 가능 여부 ▲ 4대강 사업 인근지역 개발시 4대강 사업 시행 가능 여부 ▲ 4대강 사업 시행 불가능시 필요한 법령 개정사항 등을 검토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부법무공단은 "하천시설에 대한 시설관리권 등이 없는 하천관리청과 같은 지위에서 하천공사를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공의 독자적인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결론내렸다. 이는 수공으로부터 법률검토를 의뢰받은 법무법인 우현지산·한길 등 민간로펌에서 내린 결론과 거의 같다.
이러한 법률검토 내용은 지난 2009년 8월 25일 수공에 전달됐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수공의 직접 투자'를 확정하기 한달 전이다.
"자체사업 하려면 법률 개정 등 입법조치 있어야"정부법무공단은 법률검토 과정에서 한국수자원공사법(공사법)과 하천법 등을 면밀하게 살폈다.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부법무공단의 법률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정부법무공단은 '현행 법령체계에서 4대강 사업 시행 가능 여부'와 관련해 "하천공사를 대행사업이 아닌 자체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은 해석상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귀 공사가 하천공사를 자체사업으로 시행하고자 한다면 하천법 및 공사법 등 관련법상 명시적인 규정을 두는 등의 입법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 공사의 설립 목적이 하천법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고 ▲ 다목적댐 및 생활용수 등의 공급을 위한 댐, 하구둑 및 다목적 용수로, 주운 또는 운하시설 외의 하천시설 건설, 운영·관리에 대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고 ▲국토해양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사로 하여금 하천공공사를 대행하게 할 수 있고 ▲ 공사가 하천공사를 대행하는 경우 그 비용은 국고로 부담해야 한다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정부법무공단은 "하천공사가 귀 공사의 자체사업 내지 대행사업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고 사업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는 이를 시행한 경우 그 행위는 무효로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자체사업'은 불가능하고, 정부의 '대행사업'으로서만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국가로펌의 판단이었다.
또한 정부법무공단은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시행하는 경우를 전제로 '수입이 없는 하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졌다. 공단은 "하천공사가 전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전제라면 공기업의 기업성이라는 측면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귀 공사는 이러한 사업을 위탁 내지 대행사업이 아닌 자체사업으로 도입함에 있어 공공성과 기업성의 조화를 어떻게 도모할 수 있는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4대강 인근지역 개발사업 추진도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