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직전 모습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의 모습이 마치 고리원전처럼 느껴진다.
참여연대
'원전 대신 안전' '수명 끝난 고리1호기 치아뿌라!', '고마해라! 마이 돌렸다 아이가' 등의 메시지를 담은 피켓도 만들었다. 해운대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줄까'라는 걱정과 '드디어 직접행동을 한다'는 설렘을 가득 안고 침묵 행진을 시작했다.
카페 문을 나서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한여름에 찢어진 흰 우비를 입고 마스크를 낀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관심을 받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한꺼번에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약간은 어색했다.
침묵 행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해운대 해변에 도착하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신기한 듯 힐끔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거나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았는데 어린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아빠 고리원전이 뭐야?"하고 묻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우리 또래로 보이는 한 분은 "고리원전 수명 끝났는데 위험하게 계속 가동하고 있잖아"라며 옆 친구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반면 "그럼 전기는 어떻게 쓰느냐?"고 물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학교에서 담배 피워서 벌 받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해변에 외국인들도 많았는데 메시지를 한글로만 써서 외국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보이지 않는 희망... 그래도 계속 연대해 나갈 것우리의 침묵 행진은 해운대 해변을 한 바퀴 크게 돈 뒤, 수명 다한 고리원전을 폐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원전의 위험성을 의미하는 풍선을 터트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금 더 많은 메시지를 담지 못한 점, 외국인을 배려하지 못한 점 등이 뒤늦게 생각나 아쉬움이 남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고리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든 것 같아 뿌듯했다.
스스로를 불온하다 부르는 14명의 청년이 '불온대장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4박5일간 떠난 여정은 해운대 해변의 침묵 행진과 함께 막을 내렸다. 솔직히 방문한 현장 모든 곳에선 또렷한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째 힘들게 투쟁하고도 초조하게 재판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모습에서, 마구 파헤쳐진 4대강에서, 하루하루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공사장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삼평리 할매의 모습에서 오히려 깊은 절망을 맛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