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대,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주장] 갈등의 시대... 한국 사회갈등 수준 OECD 가입국 중 2위

등록 2014.08.25 15:52수정 2014.08.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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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좋은 것이다. 일찌기 송복 교수는 저서 <한국사회의 갈등구조>에서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한국사회만이 유독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갈등은 병리가 아닌 정상'이므로 구조적 갈등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이 갖는 의미를 통찰한 것으로 흔히 갈등을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치부하는 한국사회에 새겨둘 만한 가르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한국사회의 갈등이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갈등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OECD 27개 가입국 가운데 터키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는 OECD 가입국 중 4번째로 심각했던 2009년의 연구결과보다 악화된 것으로 한국사회의 갈등이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역시 연간 최소 82조에서 최대 246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단순한 가십거리로 치부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갈등의 종류는 세대, 이념, 성별, 계층, 인종, 지역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그 양상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갈등의 시대인 것이다.

갈등이 낳는 폐해가 그 긍정적 효과를 압도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통합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 갈등을 조율하고 이를 건강한 사회건설의 동력으로 이끌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여러 매체들이 앞다퉈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는 지도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통합의 기본은 모두가 같은 규범에 구속된다는 신뢰인데 이러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진 자는 규범을 피해 더욱 많은 것을 갖고 가지지 못한 자만이 규범에 구속되어 그나마 가진 것마저 잃는다는 박탈감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각종 청문회에서 드러난 지도층 인사의 불법과 비리는 이젠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법을 준수하지 않는 국민이 떳떳하게 살아가는 한 사회통합은 요원한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의 핵심은 솔선수범이다. 기득권자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모범을 보여야만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신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더 많이 가진 자, 더 여유로운 자,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자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발벗고 나설 때 비로소 더 적게 가진 자, 더 어려운 자, 더 불리한 입장에 있는 자가 진정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동시에 땅에 떨어진 것도 그들에게서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공익을 위해 앞장 서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최근 1500만 관객 동원의 기록을 쓴 영화 <명량>의 흥행은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부재한 한국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군기가 무너지고 사분오열되어 있는 장수들을 이끌고 앞장서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이순신의 이야기. 영화는 시작부터 승패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던 명량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한다. 이 땅의 민중들, 그리고 그들을 일깨운 이순신 장군의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화면가득 그려내는 것이다. 나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며 공과 사를 가려 군법과 기강을 세우고 몸소 위험으로 뛰어든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연한 의문이 맴돈다. 과연 이 시대에는 보상에 대한 기대 없이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나의 작은 이득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현실의 절망 속에서 선의 씨앗을 뿌리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물음이다. 절망을 딛고 일어나 주변을 일깨우고 스스로를 태워 희망을 얻으려는 그런 리더가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그와 같은 사람이다.
#송복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명량 #리더십 #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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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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