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일 밤 ‘삼평리 이바구’ 풍경.매일 밤 농성장 앞에서는 삼평리의 평화를 비는 촛불문화제가 진행된다(사진: 청도 페이스북).
참여연대
매일 밤 삼평리의 사람들이 모여 삼평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 것이다. 현장을 찾아오던 길에 마냥 신났던 우리의 여행 분위기는 도착하자마자 이내 숙연해졌다.
우리가 삼평리를 찾아간 날은 금요일 밤이었다. 주말에는 대체로 송전탑 공사도 쉰다고 하는데 우리가 다음 날 무얼 어떻게 돕고 올 수 있을까 싶었다. 행여나 잠자리 차지하고 밥이나 축내고 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한편으로 어색하고 불편한 맘으로 농성천막 아래 무거운 짐을 풀었다.
그날 밤, 막 도착한 '불온청년'들 14명과 삼평리에 상주하고 계시는 연대자들이 아스팔트 도로 위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한밤의 이야기판을 벌였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농성장과 공사판 사이에서 둘러 앉아있는 우리 모습이 꽤나 전투적으로 보일 듯도 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한전과 경찰을 꼬집는 풍자 섞인 농담, 어제 오늘 일어난 마을 이야기, 친구의 생일 축하 같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겉으로는 좀 험하게 보이는 풍경일지라도 그 안에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그들과 나의 일상이 섞이던 그 이야기 판 위에서부터 비로소 조금 전 느꼈던 불편함과 어색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다음 날 오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기어코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공사장에서 나가려는 트럭을 막으려던 중에 한전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할머니들과 연대자들은 오랜 기간 몇 번이고 한전직원들에게 속고 또 속아왔던 탓에 작은 실랑이도 금세 큰 소동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욕설들이 난무했고 자칫 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던 상황이 공사장 문을 닫으며 일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