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마 분출의 흔적 - 마사야 분화구의 수 km 내 반경은 아직 마그마에 긁힌 대지가 그대로 검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김동주
단체 손님이 탔는지 유난히 요란했던 투어버스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아직도 마그마가 끓고 있다는 마사야 분화구(Volcan Masaya)였다. 언덕에 올라 인적이라고는 없는 벌판을 바라보니 시야에 닿지 않는 저 먼 곳까지 화산의 영향으로 검게 패인 평야다. 이따금 부는 바람에는 심한 유황 냄새가 실려 왔다.
마사야 화산의 인근에는 5개의 분화구가 있는데 그 중 두 군데에서는 아직도 마그마가 끓고 있다. 오메테페의 콘셉시온과 비슷하겠거니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한 마사야 분화구는 차원이 다르다. 쉬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180m 깊이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득한 유황 냄새를 사방으로 뿜어댔고 도저히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없을 만큼 심한 연기가 피어났다.
원래는 이 근처까지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날 터진 폭발로 땅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가장 높은 언덕에는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지만 화산의 활동 반경은 점점 넓어져 이제는 십자가로 가는 출입구마저 봉쇄돼 버렸다.
일반적으로 화산은 꼭대기로 가는 경사가 높고, 꼭대기가 뾰족할수록 터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결국 좁고 뾰족한 통 속에서 팽창하던 증기가 터지면서 속에 있던 마그마와 온갖 돌덩어리가 터져 나오면, 그 충격으로 분화구가 충격에 의해 조금씩 깎여 나가면서 구멍이 넓어진다.
분출이 반복되면서 넓어진 분화구가 더 이상 공기가 팽창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화산은 자연적으로 활동을 멈추게 되는 셈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과거에 활발하게 작용했던 세계의 유명한 화산들은 하나같이 꼭대기에 엄청나게 넓은 반원형 분지나 칼데라 호수가 있지 않던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처럼 말이다.
▲마사야 분화구 - 언제나 화산에서 뿜어져나온 연기로 뒤덮힌 마사야 분화구 일대는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통은 화산의 활동이 약해져 붉은 마그마를 볼 수 있는 해질녁을 많이 이용하는 편.
김동주
안전을 위해 차량으로 잠시 대피를 했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연기가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붉은 노을과 화산 연기, 그 사이에서 오묘하게 자리를 잡은 뭉게구름 너머로 불을 밝힌 시가지의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그 풍경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옅어진 연기 아래로 지옥 문이 열린 것처럼 시뻘겋게 타오르는 마그마를 볼 수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의 인디언들은 불의 여신인 챠시우티케(Chaciutique)를 진정 시키기 위해 이 끓어오르는 마그마에 여자를 던져 넣었다고 한다. 훗날 이곳을 정복한 스페인인들은 여기를 가리켜 '지옥문의 입구'라고 불렀다. 수차례의 화산 폭발과 대지진, 내전을 겪어낸 니카라과인들의 근성은 과연 박수 받을 만하다. 동시에 이제 나는 떠날 때가 되었다.
간략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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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를 대표하는 두 콜로니얼 도시인 그라나다(Granada)와 레온(Leon)은 향수를 느끼고자 하는 유럽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화산과 더불어 주변 자연경관을 보려는 사람들은 그라나다를, 옛 도시의 낭만에 빠져들고 싶은 사람들은 레온을 선호한다.
마사야 화산은 니카라과의 수도인 마나과(Managua)와 그라나다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어느 쪽에서 방문해도 3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다. 시뻘건 마그마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여행자들의 흥미를 끌지만, 가스 중독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마사야 화산투어는 가스가 잦아드는 일몰시간에 맞춰서 시작되며 가격은 25달러(2012년 12월 기준).
좀 더 자세한 그라나다 여행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saladinx.blog.me/30155492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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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분화구에 떨어진 여자... '지옥문의 입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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