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가 바운서에 누워 엄마와 놀고 있습니다.
김학현
'띠'의 다양한 용도, 아세요?그러고 보니 제가 자랄 때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광목을 길게 잘라 아이를 둘러업고 아이 엉덩이를 고정해서 허리에 질끈 묶으면 다 통했으니까요. 그걸 '띠'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벨트'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글을 영어로 바꾼 건데 대단히 유식한 것처럼 들리는 건 뭔 착각일까요.
띠 하나 질끈 동여 업고 다니면서 논일이며 밭일이며를 거침없이 해내던 우리 어머니 세대가 참 위대해 보입니다. 딸 아이는 아이 하나 돌보는 일도 버거워 보입니다. 제 딸내미요? 서준이 낳기 두 달 전부터 출산휴가를 냈답니다. 일 년을 육아휴가로 쓴다나요.
옛날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다시 살아 나오신다면 기겁을 할 겁니다. 이런 이야기하는 애비 보며 기겁을 하겠죠. 딸내미는 오직 서준이 돌보는 걸로 하루를 보낸답니다. 때가 돼도 밥도 못합니다. 힘든 모습이 이 애비 눈에도 들어올 정도로 역력하죠. 내 참.
그나저나 광목의 용도가 다양했다는 거, 아세요? 뒤로 묶으면 포대기가 되는 겁니다. 아이를 앞으로 해서 묶으면 안는 띠가 됩니다. 또 이놈을 이쪽 벽과 저쪽 벽에 못을 단단히 박고 양쪽 가를 못에 고정하면 그네가 됩니다. 어린 아이를 재울 때 참 유용했죠. 실은 그네 태우다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아이가 땅바닥에서 자면 살포시 배 위에 띠를 접어서 얹어줍니다. 그러면 이불이 되는 거죠. 요즘 벨트는 아이를 안으면 아이 엉덩이가 편하도록 깔판이 달려 있고, 띠처럼 그냥 한 줄이 아니더군요. 배낭처럼 편하게 메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잘 업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허리 건강에 안 좋다나요. 그래서 대부분 안는다고요.
'스와들'에 갇힌 서준이, 안쓰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