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집이 이렇게 많은데 내 집은 어디에?
최하나
그래서 조건을 조금 완화하기로 했다. 테이크오버가 조금 저렴하고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알아보기로 한 것. 그리고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았다. 다운타운에 위치해 먼슬리패스(교통패스)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 절약도 할 수 있고 두 명이 한 집을 나눠써서 월세도 저렴했다. 테이크오버 비용은 600달러.
'좀 비싸지만 교통비 절약하는 걸로 퉁 치자.'
하지만 막상 가보니 테이크오버 비용이 700달러라고 했다.
"내가 사이트에서 봤는데? 600달러였어.""아니야. 너가 잘 못 본거야."고작 100달러차이인데도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떡 하니 600달러라고 써져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메일을 보냈지만 답은 없었고 그렇게 또 기회가 날아갔다.
발만 뻗을 수 있는 데부터 거실을 여러 명과 나눠 써야 하는 집 그리고 나중에는 시내에서 거리가 먼 2존까지 확대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이제 딱 거리에 나앉을 판인데 내 눈에 들어온 글 하나.
'중국인 유학생이 방 한 칸을 세놓습니다.'
주소를 확인해보니 홈스테이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 가격도 375달러로 저렴했고 테이크오버 비용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날 찾아가 바로 계약을 했다. 집이 약간 지저분하긴 했지만 더 이상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디파짓(보증금)을 내고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두 발 뻗고 맘 편히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집도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었고 주인이 외출하면 빨래를 할 수 없어 코인런드리를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나에게 빌려준 이불도 중간에 가져가고 침낭을 건네주질 않나 내 방에 자신의 짐을 쌓아놓아 청소하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쭉 그 집에서 살았다.
외국에서 집을 구하면서 느낀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세입자의 설움이다. 외국에서 내 방 한 칸 없다는 게 이렇게 절박하게 다가오다니.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는 집이 참 많지만 내 집은 찾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역시 내 가족이 사는 나의 집이 최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