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외래식물 가시박. 줄기나 잎을 보면 토종박과 똑같다.
신광태
외래식물의 특징은 활착력과 번식력이 강하다는 거다. 꽃가루 알레르기 현상을 유발하는 단풍잎 돼지풀, 미국실새삼, 가시박 등의 식물은 한 개의 개체 발견 이후 채 2년도 되지 않아 온통 그것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놓는다. 강가에 자라는 것이 특징인 이 식물들은 씨를 강물에 흘려내려 강 주변을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놓곤 한다. 번식력은 무서울 정도다.
외래식물인 가시박 줄기와 잎은 토종 '박'을 빼 닮았다. 꽃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열매가 달리기 전까지는 '누가 이런 강변에 박을 심었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구분이 모호하다.
"옛날 노인들 잘못이지..."가시박이 무성한 강변마을의 한 어르신에게 물었더니, 옛 어르신들 때문이란다. 설명은 이렇다.
옛날 농가에 유기나 사기그릇이 귀하던 시절, 박이 그릇을 대용했다. 가을에 초가지붕 위에서 따낸 박을 타 바가지를 만들었다. 겸상을 하지 못한 아낙들이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부엌에서 밥을 담던 용기도 바가지였고, 우물가에 나그네의 목축임을 위해 놓아두었던 그릇 또한 바가지였다.
잘생긴 박을 타 도심지에 사는 친지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때를 놓쳐 박을 심지 못한 이웃에게 선물도 하곤 했다. 시골에선 박이 인심의 상징이었다.
"그러면 가시박과 토종 박은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는 걸까요?"가시박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특성을 지녔단다. 병충해 피해도 없다고 했다. 농민들은 가시박을 심고 거기에 토종박 접을 붙였다. 병치레도 없는 싱싱한 박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너도나도 이 방법으로 박 농사를 지었다.
이후 플라스틱 제품의 용기가 나오면서 박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더 이상 박을 심을 이유가 없어졌다. 가시박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몰랐던 농민들은 그대로 방치했다. 지천에 가시박이 퍼지게 된 이유란다. 결국 왕성한 번식력으로 토종식물을 몰살 시키는 가시박을 환경부에서는 환경유해식물로 지정했다.
외래식물 퇴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