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여성'담배 피운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여자가 담배 피운다'는 이유로 눈치봐야 하는 여성들은 아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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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37.6%가 흡연을 하는 반면 한국 여성은 5.8%가 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흡연율은 20.3%다. 남성 흡연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여성 흡연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정말 한국 여성의 흡연율은 5.8%에 지나지 않을까?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일본 또는 유럽에서는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큰 저항감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여성이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보수적인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 스스로 흡연욕구를 안 가질 가능성이 높고, 흡연을 한다고 하더라도 숨어서 피우거나 흡연율 조사에서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을 혐오하는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 지난 6월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 연구팀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7개국 21개 코호트 연구에서 선정된 45세 이상 성인 105만 명을 10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흡연자의 사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약 1.4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문제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흡연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다. "담배 피우는 여자는 여성스럽지 못하고 성적으로 문란할 것 같다"는 편견이 대표적이다. <숙대신문>이 지난해 11월 보도한 '늘어나는 여성 흡연, 여성 흡연 실태와 인식'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여성흡연에 부정적인 이유를 물은 결과, 1위 건강(44%) 문제에 이어 '여성으로서 불량해보인다'(25%)는 답변이 2위를 기록했다.('청결문제' 17%, '경제적 낭비' 13% 등)
실제 광화문에서 만난 남성흡연자 이아무개(33, 남)씨는 "(흡연하는 여성은) 쉬워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건물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60)씨는 "늙은이는 외로워서 피우지만 젊은 여자애들이 뭐가 아쉬워서 담배같은 걸 피우느냐"고 말했다. 홍익대 주변 흡연구역에서 만난 최승호(21, 남)씨는 "(담배 피우는 여성이) 좀 쎄 보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편견은 1900년대 초 기생들이 담배를 피우던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제시대 여성 흡연에 대한 담론분석> (서울대 대학원, 연구자 고한나, 2003)이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은 기생의 흡연에 관대했던 과거의 문화가 현대의 여성흡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생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이들이 공개적으로 사용한 담배의 결합에서 오는 이미지는 20세기까지 여성흡연자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하나의 요소로 등장한다. 즉 유교적 윤리와 관념을 내포하고 있는 여성성인 '여염집 부인'의 공개적 흡연은 기방 처녀의 이미지와 구별짓기 위해서라도 금지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임신할 몸이 담배를?"... 남성의 생존위기도 한 몫여성은 임신을 해야할 몸이기 때문에 여성흡연이 남성흡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논리 역시 '여성 흡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물론 흡연이 여성들의 건강에 좋지 않지만, 임신 때문이라면 남자도 금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형아 출산에 대한 발생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고 어떤 것이 가장 큰 이유인지 정확히 밝힐 수가 없는데도 임신기간이 아닌 여성의 흡연까지 관여하는 것은 남성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난과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사회분위기에 생존위기를 느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이유없는 적대감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여성흡연'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경제적 경쟁상대로 부상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전반적인 혐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여성흡연'이 그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신주진 연구원은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피해의식이나 적대감 같은 것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신들의 이권을 빼앗아 간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그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시키는 과정에서 여성혐오가 나타난다"며 "여성들은 쉽게 그 희생양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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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여자가 불량해? 남자들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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