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지델리의 여행자 거리이자 메인 바자르! 어리숙한 세 얼간이가 뉴델리 역을 찾아가다. 차, 릭샤, 사람으로 뒤엉킨 아비규환의 도로, "형아들, 이 거리를 어떻게 건너?"
윤인철
눈을 떴다. 3평 남짓한 방에 세 얼간이가 누워 있었다. 주위에 풀어헤쳐져 있는 배낭들! 이곳은 인도였다. 드디어 인도여행의 시작이다. 우리는 대충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빠하르간지 중앙을 관통하는 주도로로 나가자 아직 아침이라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아침 식사를 하려는 한국 식당이 9시 반에 문을 연다고 하여 빠하르간지 주변을 어리숙한 몸과 마음으로 산책하였다. 도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 사람들과 차, 릭샤들이 뒤엉켜 번잡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바로 '뉴델리 역' 앞이었다. 뉴델리 역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건너려는데 당최 갈 수가 없었다. 온갖 차들과 릭샤들이 길을 건너는 행인을 무시한 채 쏜살같이 달렸다. 나와 병오형은 대담한 도전정신으로 길을 건넜건만, 장호는 도로에 발 하나 내딛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형아들, 이 도로를 어떻게 건너?"
우리는 한적한 빠하르간지 골목골목을 소요하다가 길을 잃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직 우리에게는 계획도 나침반도 내비게이션도 없는 상태이기에 모든 것이 혼돈이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B게스트하우스 건물 옥상에 위치한 한국 식당에는 벌써 몇몇 한국인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우리는 세 명의 젊은 한국 남자친구들을 만났다. 그 중 두 명은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만난 인연으로 인도 여행을 온 학생이었다. 배낭여행에서 좋은 것은 낯선 사람을 만나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다.
요즘 나이가 들며 사람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면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와우~ 멋진데요' 하며 인간관계의 첫 바늘을 꿰려하면 상대방은 나에게 돋보기를 들이대며 위아래로 분석을 시작하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나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의 영역 안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외면해야 하는 사람인가? 그냥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구태여 뭘 붙이고 뭘 떼어내야 한단 말인가?
사람은 서로 하나가 되려 할 때 위험해질 것이다. 만남은 둘이 있어야 하고, 둘이 해야 한다. 그리고 둘 모두 있는 그대로 노출되고 수용되며 존중받아야 한다. 마주보는 만남은 누군가 희생될 여지가, 상처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하나가 되려할 때 상대방은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해야 하고, 나는 상대방이 기대하는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 욕망과 기대에 상대방이 따르지 않을 때, 만남은 위태로워지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렇듯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위험한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리라.
그렇다고 모든 만남이 의미있는 만남으로 발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서로의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는 만남만으로도 소중한 인연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싶다? 나(I)와 그것(It)이 아니라 나(I)와 너(You), '우리'의 만남이 되길 원하는가? 그럼 화이부동(和而不同) 하자! 나는 당신들과 조화롭게 어울려도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나와 당신은 똑같아질 수도 없고, 똑같아질 필요도 없고, 똑같아 져서도 안 된다.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나와 너', '우리' 관계의 뿌리가 될 것이고, 나와 당신의 '다름', 즉 다른 사고방식, 행동, 일상들은 우리의 발전적인 만남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같음은 공유하고 다름은 존중한다."
인도에서 지하철 타기, 참 까다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