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는 박영선, 자리뜨는 유가족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자, 유가족들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자리를 뜨고 있다.
남소연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38일째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경기도 안산으로 내려가 유가족 20여명 을 직접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이유가 어떻든 잘못했다고 말씀 드리고 용서를 구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외에 다른 의원들도 4개 그룹(광화문 단식농성장, 시민사회계, 대한변호사협회, 안산 합동분향소)으로 편성해 합의안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새정치연합을 향한 불신이 팽배했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이 한계가 있으면 빠지라", "가족대책위가 수사권·기소권 수없이 외쳤지만 야당에서 포기했다"라는 유가족들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결론은 여야 협상안에 대한 최종 거부. 또 다시 유가족과의 사전 협의 과정을 소홀히 하며 실수를 되풀이 한 박영선 비대위 체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김영오씨를 만났을 때 추가 재협상에 대해 "그건 못한다고 말씀 드렸다"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재재협상'은 불가능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당분간 상황은 꽉막힌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
진퇴양난... 흔들리는 박영선 현 상황에 대해 당 내에서도 찬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협상안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박영선 원내대표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영오씨와 함께 동조단식에 들어간 지 이틀째인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유족들이 지나친 게 아니다, 유족들은 이미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했다"라며 "대신 특검이라도 괜찮은 분이 임명될 수 있게 하자는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통과 공감"이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대통령부터 유민 아빠를 만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함으로써 당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유가족과 협상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논의를 모아갔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만나 재합의안에 사인부터 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사전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한 초선 의원은 "유족 동의 없이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서 협상에 나서는 방법이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병호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합의안에 대해서는 박영선 대표로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당의 입장은 박영선 대표 중심으로 좀 더 단합하고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정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이런 상황은 교황이 와도 못 푼다, 유가족들은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아직까지 설명과 이해 방침 유효" 일단 새정치연합은 "22일 임시회 소집 전까지 성의 있게 이해를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비상 의총은 예정돼 있지 않다, 아직까지는 설명과 이해 방침이 유효하다"라고 밝혔다. 22일까지 유가족 설득에 최종 실패한다면 새정치연합은 재합의안을 당 내에서 추인할지를 두고 당내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재재협상'을 결정한다면 박 원내대표는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보름 전 비대위 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비대위도 출범하기 전에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